8월.
저의 8월은 제 인생의 그 어떤 8월 보다도 뜨거웠습니다.
제 감정샘의 저 바닥부터 저 위까지를 넘나들게 했던 많은 일들이 8월에 일어 났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온전히 나의 의지로만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크게 깨달은 한달이었습니다.
삶이라는 것, 인연이라는 것의 의미를 편안한 생활 속에 무뎌져 있던 제게 문신처럼 새겨준,
저의 8월입니다.
8월 5일, 저는 서랍을 정리 하다가 처음 태국 집에 이사 하면서 쓴 계약서를 발견합니다. 6개월의 계약기간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죠. 6개월만 '아무것도 안하고' 살아 보겠다며 방콕 생활을 시작하고, '세달만 더'를 거듭한 끝에 어느덧 입주 2주년이 된 것입니다.
'이정도면 됐다. 나는 푹 쉬었다.'는 생각이 드디어 들더군요.
뭐든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잘있지?
그러던 어느날 제 동갑내기 친구의 아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친구는 결혼과 가정을 꾸미는 전통적인 개념에 무척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제게 '결혼생활의 아름다움과 내 가족을 만드는 것의 행복'에 대해 꾸밈이 없는 차분한 말투로 이야기 해주었던 친구였습니다. 제 또래의 남자친구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것은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참 인상깊었어요.
저는 나와는 다른 20대를 선택하고 지나온, 이미 세형제의 아버지이자 학부형인 그친구의 말을 듣고 며칠간 저는 '내가 내 삶에서 놓친 것은 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었습니다.
나와 그 친구는 친하다고 할수도, 서로 잘 안다고 할수도 없는 사이였지만 저는 이틀간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저 아이를 만난적도 없었지만, 왠지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저 작은 아이가 떠나면서 제게 준 울림은 참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저는 저의 이 세상에서의 삶, 나의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나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흐려진 촛점을 다잡았습니다.
제 인생에 큰 깨달음을 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