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에 대한 잘 알려진 평판 중 하나는 '차 없으면 돌아 다니기 어려운 도시'라는 거죠.
저도 하도 들어서 거긴 대중교통 체계가 아주 없는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엘에이 버스에 앉아 있으면 이런 얼굴 자동 발사
뭐든 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엘에이 버스도 타봤는데요, 세상에 어떤 대중교통 수단에서 그렇게 꿉꿉한 냄새를 맡아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승객중 부랑자 비율이 지구상 그 어떤 도시 보다도 많아 보였는데, 왜 좌석에 천커버를 씌워둔 것인지 백번 생각 해봐도 모르겠더군요. 매일 엘에이에서 버스를 타야만 하는 분들께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의외로 훌륭한 엘에이 지하철
곳곳에 훌륭한 아트도 있다
엘에이 지하철은 저렴하고, 어지간한 곳들은 다 연결을 하고 있어서 유용하게 잘 타고 다녔는데, 배차는 이랬다 저랬다 엉망이더군요. 엘에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거기에 배인 '야, 돈 없으면 다 그런거지 뭐.' 애티튜드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쩝.
맨, 유 "오디씨" 하우 패스트 아 런 프롬 카압스
그래도 걸어 다니면 이런 소소한 재미가 다 내꺼.
아름답다!
이 앞에 레드카펫이 깔리고 온갖 글리터로 치장한 여배우들이 캐딜락에서 내리던 때의 소란과 영광이 눈앞에 그려 지더군요.
백주대낮이었음에도.
Follies
다운타운을 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아만슨 극장에서 '폴리스Follies' 시즌 마지막 공연의 좋은 자리를 겟하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시즌 막바지였던 만큼 배우들의 호흡은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노련한 중견 연기자들이 고음에 가서 폭발에 폭발을 이어 갈때는 극장 전체가 경외감에 휩싸였어요. 젊은 연기자들도 그 기에 눌리지 않고 한명한명 충실히 에너지를 뿜어 냈습니다. 엘에이 다운타운 곳곳에 살아있는 20세기 초반 영광된 캘리포니안 아르데코 유산들을 보면서 달아오른 제 하루가 글래머러스하고 완벽한 절정에 올랐습니다.
공연 끝나고 지하철 역으로 걸어 가다가 우연히 극장 뒤 분장실에서 나오고 있는 주연 배우들과 마주쳤는데, 그중에 젊은 댄서들에게 'You guys rocked hard!'라고 온 다운타운이 울리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해주고 소리를 막 질러 줬어요. 그랬더니 그분들이 정말 큰소리로 깔깔대며 웃더라고요. 그리고 그중 한소녀가 'You made my day.'라고 화답해 줬어요.
다시 생각해 봐도 아 기분 좋아.
이런것도 간지나
공연 잘 보고 만족감에 들떠 엘에이의 밤거리를 혼자 걷던 박모과에게 없었던 단 한가지는 바로 잘 곳이었어요.
낮 동안은 숙소는 구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겠지 했는데 이때 엘에이에 컨퍼런스가 여러개에 하키게임까지 겹쳐서 가는 호텔/모텔마다 만실이더군요. 노숙 위기!
그래서 어떻게 했게요? 낮에 케이타운을 돌아 다니다가 한국식 대중 목욕탕이 있는 걸 봤는데, 거기 휴게실에서 잤어요. 아마도 이게 엘에이에서 가장 적은 돈으로 안전하게 밤을 보낼 수 있는 방법 아닐까요? 저같이 대책없이 다니는 분들은 언젠가 유용하게 이용하실 수 있을지도요. 엘에이에 한국식 대중 목욕탕이 있는 것도 어메이징, 거기에 휴게실이 있다는 건 더 어메이징!
다음날 세훈이 형과 에스테반을 라스베가스에서 만나기로 해서 아침 일찍 케이타운 모처에서 출발하는 라스베가스행 카지노 버스를 탔습니다. 이것이 엘에이에서 라스베가스에 가는 가장 싼 교통편이라고 하니 참고하실 분들은 참고 하세요.
멕히칸 브렉퍼스트
이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제 목적지는 필리핀이었고, 목적은 비자갱신이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 머물 계획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산도 적었어요. 덕분에 라스베가스까지 버스를 타게된 건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참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버스를 탈때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었거든요.
캘리포니아에서는 맛없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시도해본 모든 음식이 다 훌륭했는데요, 카지노 버스 환승 정류소 옆 멕시칸 다이너에서 산 이 브렉퍼스트 부리또도 그랬습니다. 저 거대한 몽둥이 안에는 제가 좋아하는 토마토 살사 파프리카 고수가 가득 들었고요, 아침이니까 달걀 후라이도 있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안나요.
멕씨코?
엘에이 도심을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풍경이 바로 멕시코!
Party, baby!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는 이런 파티용품 파는 가게가 있어서 이렇게 사진 찍으면서 신나게 구경 했는데, 시간 맞춰 버스 있는데로 갔더니 버스 기사가 저를 두고 출발하고 있었어요.
뭐? 이런 씹붕알!$%&?!
사막 뙤약볕 아래서 한 700미터 뛴 것 같음. 지글지글.
wild, wild west!
캬!
어우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데 발 딛고 서있으려니까 그냥 다 마냥 좋았답니다.
꿱!
나 버리고 가던 버스는 급기야 엔진 과열로 사막 한복판에 멈춰 서버립니다. 푸핳!
잠깐동안 죽음의 공포가...
Viva, viva-
라스베가스!
터졌다!
도착 하자마자 제 운은 어떤가 베가스식으로 점을 쳐봤더니요.
이렇게 터진 백몇십불은 라스베가스가 제돈 300불까지 더해서 고스란히 되찾아 갔습니다.
올인분수
저는 라스베가스가 참 유치하고, 어딘가 모자라게 요란하기만 한 과대포장된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거기 가더라도 별 재미를 못느끼는 쪽일 거라고 생각해 왔었는데요, 이야 실제로 경험해본 베가스는 진짜 재밌는 곳이더군요. 온갖 재미란 재미는 다 모여 있는 곳이었어요.
오 예!
생시라고?
베가스가 저와 참 잘 맞았던 것 중에 가장 첫번째는 바로 곳곳에 헐벗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에요.
저는 왜 하느님께서 죄를 지은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아 내면서 벌로 우리 인간들이 알몸인 것을 부끄러이 여기도록 했는지 이해하고 있거든요.
세상의 모든 스포츠에 베팅!
벨라지오 스포츠 베팅룸인데요, 내가 지구에서 이렇게 심각해 보이는 공간을 또 본적이 있었나, 그런데 이게 도박장이라니. 보면서도 참 믿기지가 않았던 곳입니다.
글램글램!
라스베가스 호텔들 중에서 투숙객 평균연령이 가장 낮다는 코스모폴리탄은 24시간 블링블링! 미 전역에서 모인 젊은이들의 욕망으로 술렁술렁 왁자지껄 합니다. 이곳이 바로 우리의 베가스 숙소!
리셉션
이 호텔에서 맨정신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빈틈이 없어요. 빽빽이 깜지도 돈 쏟아 부으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거대한 호텔 구석구석에 놓은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들만 따라 다녀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더라고요.
방샷
남부 이탈리아 부호 취향 방꾸밈이 나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구나, 이것도 나의 편견을 깬 의외의 지점이었으므로 기록.
설명 필요합니까?
그냥 지금 절루 나 좀 보내줘요. 지금! 롸잇 나우!
쿨 코리안!
사실 이때까지도 에스테반과 저는 말하다가 자꾸 존대말이 튀어 나올 정도로 애매한 관계였어요.
그런데 몇달 후 저는 그의 결혼식 피로연 사회를 보게 되었죠.
세상사 인간사 한 길 앞을 그누가 알리올리오.
따라!
이번이 아마 제 어떤 여행기에서보다 제 사진이 많이 등장한 것일텐데요, 그만큼 제가 나오게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축복 가득한 미서부 햇살을 받으니까 자기애가 발동-폭발 한 것 같아요.
잘생겼으니까 봐주세요.
두번 봐. ㅋㅋ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