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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플로어를 믿는다.


paul van dyk @ hitec/ HK china/ winter 2001, love parade/ berlin germany/ summer 2001/ MoguA photography


예전에 인간들은 자신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면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었다.

숨이 할딱거려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도 공동체의 에너지에 몸을 내맡긴채 추고, 또 추었다. 몇날 밤을 춤추고 나면 비로소 공동의 희열을 경험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또 다른 레이어를 접하게 되고 그만큼 성숙한 정신세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인간들이 도시를 만들고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공동체의 춤판은 대부분 사라지고 종교는 점잔을 빼고 있다. 특히 단순히 살아남는 역사에 매몰된 우리 사회는 그 틈바구니에서 춤판을 잃어버린 것은 물론 춤을 추는 행위 자체를 경박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 것은 무언가를 진실로 절실히 원하는 형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장단 속에서 온몸으로 껍질을 깨려고 끊임없이 움직인 후에야 비로소 기대는 현실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난 6년간 셀 수 없을 만큼 다닌 이 지구의 다양한 댄스 플로어에서, 흐르는 땀에 피치를 올려 희열을 느끼며 마음으로 끝없이 바라던 것들이 하나 둘 내 앞에 현실의 기회로 찾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는 당당히 그것을 간증할 수 있다.

그래. 나는 댄스 플로어를 믿는다.

나는 내 젊음 가장 솔직한 열정으로 댄스 플로어를 선택했고, 그곳을 찾는 것은 내가 내 인생에서 가장 꾸준히, 부지런히 해온 일이다. 성지를 순례하듯, 좋은 에너지가 모이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무슨 수를 내서라도 찾아가 경험했다. 스스로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춤을 추고 맞이한 알프스의 레이져 같던 일출과 코팡간의 은은한 새벽, 경포대의 차가운 아침을 온 마음을 열어 내안에 담으려 하거나 그저 흘려보내며 뭍게 했다. 그와 함께 나는 그 곳들에서 마주친 가장 자연스러운 내 모습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나를 위험한 순간마다 든든하게 잡아준다.

선동이나 전도하는 입장은 언제나 약간 내 위치를 부담스럽게도 하지만, 댄스 플로어와, 그의 확장과 발전을 위한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나는 팔불출 남편처럼 언제나 목소리를 높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곤 한다. 그것이 내 믿음에 대한 유일한 실천의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 달리자 친구들아.


사회주의 동독에서 전자음으로 꿈을 꾸던 폴 반 다익이라는 청년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뮤지션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통일된 그의 조국에서는 백오십만 명이 모이는 세계 최대의 전자음악 축제가 매년 열려 세계에 'music is the key'- 이 간결한 메세지를 전한다.


2004.05.21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