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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팟 끓는 겨울밤

최근에 한국에서도 개봉해 큰 화제를 모은 타이완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에 보면 세 모녀가 영업이 끝난 카페 테이블에 물이 끓고 있는 전골을 놓고 둘러 앉아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오죠? 바로 그게 핫팟이에요. 만다린 말로는 [후워꾸워]라고 한답니다. 타이완 사람들이 집에서도, 외식 할 때도 즐겨 먹는 메뉴랍니다. 

요즘 타이완도 겨울을 맞아 기온이 급강하 하면서 이 핫팟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며칠전에 뉴스를 보니까 올 겨울에는 김치 등이 들어가는 한국식 핫팟이 강세라네요. 제 타이완 친구네 집 냉장고에도 항상 김치가 있는 것을 보면 촌스럽게 아직도 신기해요. 이 친구들도 핫팟 용으로 항상 구비해 놓는다네요.

핫팟은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종류를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일본식 샤부샤부가 있고, 태국식 수끼가 있죠.
요즘 수끼 강국 태국에서 타이완식 핫팟이 대세 인데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거시기, 한번 보시죠.

스시바처럼 1인당 1전골을 사용하는 것이 타이완 핫팟의 특징입니다.


제가 태국에 살 때, 주로 중국계 태국인 친구가 많아서 핫팟 (태국에서는 [수끼]라고 합니다.) 을 먹으러 갈 기회가 많았는데요. 태국의 중국계들도 핫팟 사랑이 대단하거든요. 제가 고기를 먹지 않아서 저만 따로 전골 하나를 따로 주문 하거나, 인원이 많지 않을 때는 저를 배려 한다고 아예 육고기를 담그지 않아 뭔가 미안한 기분이 들어 핫팟 먹으러 간다고 하면 언제 부턴가 조금씩 꺼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타이완식 핫팟집에 가보고 나서는 참 마음이 편해졌어요.

1인 1전골이라 뭐든 제 입에 맞는 것들만 담궈 먹을 수 있으니까요 


일단 주문을 하면 이와 같이 허여멀건한 육수를 부워 줍니다. 채식 육수를 준비해 놓은 곳도 있어요.


타이완이 채식 강국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물론 대외적으로 유명한 타이완 음식들은 거의 다 육류 메뉴이지만, 타이완에는 채식 인구도 많고, 채식 식당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왠만한 식당들에는 채식자들을 배려한 메뉴들을 갖추고 있어요. 채식자들을 위한 핫팟 육수를 준비해 놓은 곳들도 있답니다.


이렇게가 기본 구성입니다. 계란은 맨 마지막에 넣으셔도 되고 재료에 계란옷을 입혀 익혀 드셔도 맛나요.


제가 핫팟을 좋아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신선한 채소들을 살짝 익혀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지친 몸에 섬유질을 투하!
 

이건 친구가 시킨 꼬기 세트


다만 고기를 드시는 분들은 핫팟을 드실 때 다소 과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시기.
저 육수에다가 먼저 가져다 준 채소들을 넣고 본인 기호에 맞는 육수를 좀 더 우려 내시고요, 고기 등의 재료를 조금씩 넣어 익혀서 건져 드시면 되겠어요. 한꺼번에 다 넣으시면 참 볼썽 사나운 전골이 됩니다. 핫팟은 또 깨작대는 재미가 있어야죠.
 

이건 제가 주문한 해물 세트


네, 육고기는 안먹지만 해물은 먹습니다. 요즘은 저같은 애들을 가르켜 '아쿠아테리언'이라고 한다네요.


간장 베이스인 타이완식 핫팟 소스. 입에 넣기 전에 여기다 입맛껏 푹 담궈서.


칠리소스가 베이스인 태국식 수끼소스와는 좀 다른 모양새죠? 타이완 핫팟 집들에는 손님들이 알아서 자기기호에 맞게 소스를 준비할 수 있는 바가 설치된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집의 경우에는 갈은 무/쪽파 다진 것/마늘/칠리소스/새콤간장소스 중에 선택하도록 되어 있었어요. 저는 마늘을 오랜만에 왕창 먹었더니 힘이 너무 나서 밤잠을 설치고 말았답니다. 땀삐질 이모티콘.

이 가게는 특이하게도 '벡'의 앨범을 틀어 놨더라고요.
태국의 MK수끼에 가보면 어정쩡한 팝송이나 K팝 같은 것을 틀어놔서 분위기 있게 핫팟을 먹는다는 것은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시간 맞춰 종업원들이 춤도 춰주죠.)
늦은 겨울밤, 친구와 말없이 벡을 들으며 먹는 핫 팟, 
좋았어요. 


...사장님은 벡 다음에 제이슨 므라츠를 틀었는데, 아, 둘은 저렇게 먼 거였구나 새삼 느꼈어요. 새우 대가리를 분리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