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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s 2011

나의 2011 [2]

오늘 하루, 여러분들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저 아주 생일 맞은 기분입니다. 혼자서 춤이라도 둥쑤구둥쑤구 추고 싶을 지경이어요. 이기분 착착 살려서 다음 이야기들을 이어 나가 보겠습니다.

파파G는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절더러 '배가 꽤 좋은 배라 수영장도 있으니까 수영복 꼭 챙겨라.'라고 하셨습니다. 워낙 맛있는 것들을 많이 차려 주셔서 먹느라 정신 팔려서 저는 그것을 크게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요, 막상 항구에 도착해서 저 큰 트럭이 배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뜨악 했습니다. 저런 트럭이 수십대 들어가는 그런 거대한 배였던 것이었어요.
'크루즈', 그거였습니다.

배 안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컬러라인'이라는 이 선박은 오슬로와 독일의 '키엘'을 왕복하는 배입니다. 전체 1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요, 안에는 보시는 것처럼 훌륭한 전망을 자랑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면세점, 라운지, 카지노, 실내외 수영장, 캬바레와 심지어 클럽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잠은 당연히 화장실과 샤워룸까지 구비된 객실에서 자는 거였고요. 저는 이렇게 크고 화려한 배는 또 처음 타보는 거였기 때문에 아주 구석구석 샅샅히 탐험을 했습니다. 약 21시간 정도를 배 안에서 보내는데요, 구경할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서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수영도 하고, 세끼 부페를 먹고, 쑈도 보고 클럽에도 가고 하면서 파파G의 호의를 최대한 즐겼습니다.

이쯤에서 제 본연의 악랄함을 살려 음식 사진 가겠습니다. 후후

부페는 으리으리 했어요. 북구의 가재는 빨갛기도 하지.


이거 한번 잡솨보면 인간으로 사는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알 수 있어요.


바이킹들의 후손들 답게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정말 잘 먹고 많이 먹어요. 저랑은 아주 찰떡 궁합입죠. 그분들 양에 맞추다 보니 부페의 메뉴며 퀄리티가 입 딱 벌어 집디다. 열가지 정도 방법으로 달리 요리한 그 유명한 노르웨이젼 연어 청어는 물론 저런 간가재 처럼 우리 지역에서 보기 힘든 특산품들을 깨알같이 요리해 놨어요. 그리고 저것 좀 봐, 저 산딸기 각종 딸기가 스칸디나비아의 특산품이고요,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 맛보다 조금 더 탱글탱글 사람 잡습니다. 미각 쾌락의 끝 부분에 붙은 모듬 되겠어요.

으아악! 쓰면서 침이 고여 버렸다! 자폭이야. 유유 


여기도 배 안. 그냥 쇼핑몰 같죠?


이때는 한겨울이라 비수기였다는데요, 그래도 꽤 승객이 많았습니다. 이 배 안은 면세구역이기 때문에 워낙 물가 비싼 노르웨이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 키엘을 찍고 오슬로로 돌아오며 배 안에서 파티를 하는 식으로 많이 이용을 한다고 해요. 여름에는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친구들끼리 단체로 많이 타서요 좀 더 '해프닝'있는 곳이 된다고 합니다. 여름 동안에는 훡 크루즈라는 별명도 붙는다는 거시기. 폴란드 사람인 나의 캡틴은 '넌 젊으니까 나가서 한명 꼬셔봐. 데리고 오면 너 이방 비워주고 트럭가서 잘테니까.' 하셨지만 별 일은 없었어요. 진짠데.

이 배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하자면 이거 또 한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일단 이정도만 하겠습니다.  

안녕, 스칸디나비아!


"해가 진다.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인간답게 사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을 함께 했던 것.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보장 받으며 삶을 즐기는 모습, 그것이 가장 아름다웠다."
...저 광경을 보면서 박모과는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더군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참 웃겨요. 자기가 번 돈의 거의 반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네요. 그 대신 그 나라 안에 사는 사람들은 무상 교육을 받고,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어요.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수당도 받죠. 아이를 낳으면 월급의 100%를 받으며 거의 일년 짜리 유급 휴가를 받고요, 남편도 부인의 휴가와 조율하여 의무적으로 휴가를 가져야 한답니다. 그래서 남자들이 혼자서 유모차 끌고 아이와 산책하는 광경도 자주 볼 수가 있어요. 그 사람들은 아이 키우는게 행복 하대요. (읭?) 그래서 요즘은 베이비 붐이랍니다.
거리가 먼 만큼 차아아아아암 먼 나라 얘기입니다 그쵸?

가서 봐도 잘 믿기지 않는 이야기 이므로 더 자세히 알고싶은 분들은 여기를 참고 하세요. 클릭 하면 이동 할걸요?

빅 애쓰 크루즈!


독일 북단 키엘입니다.
 

나의 캡틴 가볼 형. 아우토반을 달립니다!


가볼 형은 대단히 친절하고 선한 분이셨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단테의 신곡을 펼쳐 읽으셨고요 영어와 독일어를 섞어가며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제게 아직도 독일어 기능이 있는지 이때 깨닫고 엄청 놀랐습니다. 저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 독일어 였거든요. 어떤 선배 형이 독일어가 개간지라고, 처음엔 좀 이상한데 배울수록 재밌다고 해서 선택한 거였는데요, 울 독어 선생님은 독일어 가르치는 거 보다 애들한테 시비 걸고 잡아다 싸다구 날리는 거에 관심이 더 많은 괴팍한 분이었습니다. 아아, 정말정말 나이스 하고 따뜻한 선생님이 가르쳤다면 저는 이분과 독일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을줄 누가 알랑가 모르겠네.

저는 생전 알 일이 없었던 유럽의 배송관련 준수 사항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마저도 참 인간적이더군요.
 
꿈의 도로라는 아우토반 (가볼님은 아우토반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아직도 독일 영감탱이들 중에는 히틀러 때가 좋았어 하는 사람들 가끔 있다.'고...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에서도 이들은 80-100 KM 사이로만 운행해야 하고, 네시간마다 반드시 55분간 쉬도록 되어 있답니다. 이들의 운행 기록은 마이크로 카드에 자동으로 입력되며 위반시 과태료를 문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분들의 가장 큰 직업상 위기는 지루함이 아닐까 합니다.

키엘에서 밀라노까지는 19시간이 걸리는데요, 가볼 형은 폴란드와 가장 가까운 도시에서 다음 운전자와 교대를 한 후 폴란드 집으로 퇴근을 합니다. 이 트랜스포머 트럭 운전석에는 두 사람이 잘 수 있도록 2층 침대도 있었습니다. 꽤 편안했습니다.
 

아주 그냥 쭉쭉 뻗었습니다.


제가 참 운전 하는거 좋아해서요, 트럭 한번 몰아보고 싶어서 아주 근질근질 했습니다. 도로 보세요. 피가 끓지 않나요? 으아아아아!
아무튼 저 조수석에 앉아 있으니 포르쉐가 치고 나가도 하나도 안부럽더군요.


이런 풍경은 하도 봐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로 해서 알프스를 넘었습니다. 저런 성이 창 밖에 보인다고 사진찍기 시작하면 나중엔 다른 사진 찍을 저장 공간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어, 저 봉우리 쫌 한다 싶으면 저런 성 한채씩은 지어 놨더군요. 오, 중세여!

자, 오슬로를 떠난지 이틀 하고 반나절이 지나서 저는 드디어 밀라노!

오슬로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데 여권 검사 한번 없었습니다. 여기서 우리 잠시 상상력을 무한 증폭 시키는 시간을 갖어 보도록 해요. 우리는 한반도에 살고 있고, 한반도는 아시다시피 유라시아 대륙 끄트머리에 툭 튀어나와 있잖아요. 호랭이 마냥. 그럼 내차 쏘렌도를 몰고도 당연히 이탈리아 쏘렌토에 올 수 있는 거잖아요? 이야 얼마나 신날까요?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친구들이랑 자전거 끌고 부산을 출발해 개성 (저 빨갱이 아니에요) 찍고 백두산으로 해서 실크로드를 따라 달리고 달립니다. 뭐 후달리면 기차도 타고요. 그래서 지난 여름방학 때 사귄 아리따운 이딸리아나 소녀를 만나러 나폴리에 가는 거에요. 와, 멋있죠?

그럴 수 있는 땅에 살고 있으면서, 그것도 형제끼리 그깟 생각이 좀 다르다고 못 그러고 있는 우리를 신이여 아 어쩌라고요?
거기 계십니까?
대답 좀 해줘 보세요.
답답해 죽겠네.

밀라노에 도착하면 빤제로띠!

 
밀라노랑 저랑은 무슨 인연인지 종종 가게 되고, 추억도 참 많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는 것처럼 분명히 사람과 도시의 인연이라는 것도 있어요.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나는 진짜 나랑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평안함'을 나눕니다. 아직 망설이고 계신다면 저를 믿고 한번 훅 떠나 보세요.

저는 밀라노에 가기로 졀정하고, 물론 친구들을 본다는 것도 신이 났지만- 저 빤제로띠를 맛 볼수 있다는 생각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밀라노가 인류에게 선사한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 저거라고 이연사 소리 높여! 됐고요. 으아, 사진은 왜 또 저렇게 찍어 놔서 참 저 고통스럽습니다 지금.

유린되기 전에는 저런 모습

 
저것에 대해 설명 하자면 우리나라의 야채 고로케 같은 반죽 안에 오직 토마토 소스와 모짜렐라를 채운 뒤에 기름에 튀겨낸 거대 만두튀김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조합으로 사람들을 줄 세울 정도면 모든 것이 쿵끼닥쿵딱 딱 잘 맞아야겠죠?

맛있는 냄새는 귀신같이 맡는 밀라네제들 모두가 허기질 시간에 가면 아주 긴 줄 뒤에서 이미 먹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한참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점심과 퇴근시간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 가게 앞에서는 착 감기는 알마니 수트 입은 백발의 초 멋쟁이 신사들도 보테가 베네타 가방든 셀린 걸이랑 아무렇지도 않게 서서 토마토 소스를 코에 뭍혀가며 먹고 그러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음식 앞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갈 줄 아는 이탈리아 사람들 그런 점은 제가 참 리스펙트 합니다.

챠오 벨라!

 
하나 더 먹을까 하고 있는데 저기, 나의 친구, 밀라노댁 씬요라 꼴롬보 권선자가 걸어 오네요.
아니, 이게 얼마만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