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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s 2011

나의 2011 [7]

!!!


여러군데 여행을 다닌다고 다녀 봤지만, 사막에 가본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냥 저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제 뇌 속의 이미 굳어버린 부분의 껍질이 호두 까지듯 탁 깨어나는 기분이었어요.

사실 이 사진 바깥의 풍경은 꽤 아수라장입니다. 두바이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는게 그닥 많지 않으니까 이런 사막 사파리 같은 것을 개발해서 관광객을 유치 하는데요, 저도 사실 그 싸파리 투어 차에 타고 저기를 간거였어요. 여기저기서 4륜구동 RV 차량들이 사막을 빠른 속도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멀미를 선사합니다. 좀 더 다이나믹하게 차가 사막에서 데굴데굴 구른다거나, 매드맥스에 나오는 것 같은 사막의 와일드한 질주 이런 것을 상상하시면 노노. 온가족이 다함께 탈 수 있는 회전목마 같은 거였습니다.

저는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방콕에 돌아가는 길이었고요, 일부러 21시간 스탑오버를 선택해서 '그놈의 두바이'를 둘러 보기로 합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제가 여행중에 급하게 티켓을 찾을 때마다 의외의 싼 가격으로 제 앞에 종종 나타나 주었습니다.
한때(많은 분들이 지금도 이렇게 알고 계시겠지요) 세계 최고의 항공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급성장 했고, 지금도 막강한 자금력으로 A380 등의 신기종 비행기들을 가장 먼저 구입해 여러 노선에 투입하는 저력은 가지고 있죠. 하지만 제가 2001년 부터 에미레이트를 이용해 보면서 이번에 느낀건, 두바이가 모라토리움을 겪은 이후에 서비스의 질이 급격히 떨어 졌다는 것입니다.

일단 100여개가 넘는 다양한 나라에서 '두바이 드림'을 갖고 두바이에 일을 하러 온 젊은 승무원들에게서 커다란 동요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승무원 저마다가 제각기 다른 항공사에서 일하는듯 서비스에는 일관성이 없고요, 승객을 대하는 자세는 이전에 비해 크게 거칠어 졌습니다. 제가 밀라노에서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떤 인도계 꼬마 아이가 복도에서 엄마와 떨어져서 혼자 돌아 다니고 있었는데요, 한 북아프리카계 여성 승무원이 그 아이를 번쩍 들더니 'Whose is this? "이거" 누구거냐?'라고 큰소리로 외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단편적인 예만 들었지만 대체로 이런식으로 에미레이트의 이코노미석은 아랍적 계급관에 황금만능주의가 그대로 더해진 전근대적 '삼등석'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냅니다.

자신들이 사막의 엘도라도라고 생각하고 젊음을 맡긴 곳이 '하루아침에 폭삭 망할 수도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 승무원들의 심리적 상실감이나 충격이야 이해가 가지만, 삼등석이라도 돈 내고 탔는데, 거기서 불쾌한 경험을 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두바이 같이 황금과 돈이 모든 것 위에 서고, 돈을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휴먼밸류'를 가늠하는 황금 만능주의 계급 사회에 살다 보면 정신이 황폐해 지는 것은 어쩔수 없나 봅니다. 승무원들 얼굴에서 지독한 피로감과 그늘이 보였어요. 


사막 모래찜질


저는 이게 꼭 하고 싶었어요.
제가 겨울철이 되면 '수족냉증'을 달고 사는데요, 그래서 춥고 쌀쌀한 유럽에서의 두달 동안 발이 내내 시려워서 좀 억울 했었습니다.
저기에 10분 딱 지지니까, 아! 제 몸에 태양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충전 되더군요.

아, 놔!


제가 나름 전공을 살려 사진을 찍어 드렸더니 너무나 마음에 든다며 껄껄 웃으셨던 키위 아주머니께서 제 사진을 이렇게 딱!
 

노 코멘트


'그놈의' 버즈 알 아랍입니다.
그래도 두바이에 갔으니까 여기 구경은 해야죠. 저쪽에선 송곳이 하늘을 찌르고 있네요.
저 호텔의 투숙객이 아니거나 저 안에서의 식사 예약이나 티타임 예약이 없으면 아예 저곳 로비에도 들어가 볼 수 조차 없습니다.
전근대 돋죠? 저는 이상하게 이런 시스템이 너무 촌스러운 것 같고 불편하지만 워낙 관광명소이다 보니 그런 제한을 두지 않으면 호텔 분위기가 시장판 처럼 되겠죠. 


뷔페 음식이 뭐 다 그렇죠.


저는 아라비안 뷔페와 아시안 뷔페 중에 이 아라비안 뷔페에 갔었어요.
저는 대식가로서 뷔페도 꽤 즐기는 편인데요, 뷔페에 다녀와서 '뷔페음식이 다 그렇지'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 반면, 가끔은 정말 매일 이렇게 먹고 싶다 할 정도로 알찬 뷔페도 있잖아요? 이곳의 뷔페는 7성급이라고 호들갑 떠는 것에 비하면 세팅도 음식도 별로 놀라울 것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저 가재는 뻣뻣했습니다. 인테리어는 음, 이것도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7성급'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지, 한접시 비울 때마다 웨이터가 와서 지나치게 공손하게 '음식은 어떠십니까?' 하는 것은 좀 불편 했어요. 거기다 대고 '엑설런트', '판타스틱'을 해주는 유럽 분들도 간혹 계시던데요, 그런 분들은 '까르페 디엠'을 삶의 모토로 삼고 계시거나 이런 건물, 이런 식당이라는 데를 생전 처음 와보는 시골에서 온 분들인 것 같았어요.

사실 두바이를 보면서 제가 확신하게 된 것은 그거였습니다.

아직도 토목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 과격하게 표현 하자면- 아직도 높은 삘띙들을 보면서 미래를 느끼는 '촌뜨기'들을 꼬드기려고 만든 신기루가 바로 두바이라는 거죠.

인간들이 해서는 안될 것을 저질러 버린 곳,
그리고 일단 저질러 놨으니 멈추지는 못하고 있는 곳,
미래가 너무나도 빤한 인류 광기의 폭발 현장. 

두바이가 포문을 연 덕분에 주변의 석유 부국들이 저마다 두바이 같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잖아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의 두바이 최고층 건물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겠다는 발표도 했고요.
그건 우리시대에 목격할 수 있는 가장 섬뜩한 것들중에 하나라는 것을 저는 똑똑히 봤습니다.

괴물의 탯줄


두바이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저쪽 사막의 뿌연 모래 먼지에 가려져 있던 곳들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거대한 어떤 형체들이 나타납니다. 동시에 올라가고 있는 100층도 넘는 수십동 건물들의 군락, 거대한 '프로젝트'들이 시커먼 몸뚱이를 서서히 드러냅니다. 태어나고 있지만 죽어 버려진 듯한 덩어리들. 저런 환한 대낮에 보더라도 그건 참 으스스한 풍경이었어요. 아니, 이 먼지속에서, 이 메마른 땅 위에서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란 말인가! 소름이 돋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동시에 시작해서 분양율과는 상관없이 '어쨌거나 진행중'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과연 저기에서 누가 살 수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살 수가 있으려면 저런 송전탑을 몇개나 더 지어야 할지도요.

실내 스키장


실내 스키장이라는게 있다길래 저는 그냥 소꿉장난 정도 하는 아담한 곳인줄 알았어요.
가보니까 정말 무섭더라고요.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에서 불을 뿜는 거인과 거기에 맞서 얼음으로 만든 칼을 들고 싸우는 인간의 무모한 대결을 보는것 같았달까요? 하지만 불을 뿜는 거인은 괴물이 아니고 우리 생명의 원천일 뿐이고.

아니, 이게 참말로 '자연환경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상상력과 의지' 이런 말로 미화해도 되는 광경입니꺄? 

두바이를 결정적으로 말아먹은 신비의 인공섬


불패의 부국일 거라 생각했던 두바이를 너무나 쉽게 말아먹은 인공섬 사업 현장 너머의 석양은 그래도 참 아름답습니다. 두바이는 해변도 참 잔잔하니 아름다운데요, 지나치게 광기를 부리지 말고 적당껏 개발 했었다면 어땠을까, 애잔한 기분에 사로 잡혔습니다.

관광객들의 행복이란


사막 도시 두바이는 어디를 가나 물이 넘쳐 납니다.
구경거리라고는 사막 싸파리를 빼고 나면 '몰, 몰, 몰'이에요. 이 몰에서 저 몰로 이동하는 것이 두바이 구경입니다.
몰 안에는 세계의 모든 물건이 다 있고요, 유럽과 미국의 유명 백화점들이 아예 통째로 몰 안에 들어가 있습디다.
그리고 몰 마다 저렇게 물이 넘쳐 납니다.

저런 아동적인 볼거리들이, 저곳의 이야기가 아직도 '사막에서 일군 신화'라고 포장되어 팔리는 것은 참 가슴 아픕니다.
한쪽에서는 지구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섰다고 전 지구적인 각성을 촉구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사는 세계의 가장 큰 '파워'/ '머니'피플들의 게임은 저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놓고 보면 말이에요.

이게 뭔가 싶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건설 기술의 쾌거!
...잘 못들었습니다?

이 건물이 다 지어질 무렵에 두바이가 자빠지는 바람에 급히 이웃에게서 돈을 꾸게 되고, 그세계의 룰에 따라 건물의 이름은 돈 빌려준 분 이름을 딴 것으로 바꿔 붙였다는 코믹스런 거시기.


황금 자판기


저 하늘에 똥침하는 건물 전망대 입구에 있는 황금 자판기 되겠어요.
인도인 부부가 열심히 저 아이에게 저 기계가 뭐하는 기계인지를 설명해 주고 있더군요.

저는 제가 본 저 광경이 바로 '두바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바이'는 그저 여기에만 존재하는게 아닙니다. '두바이 정신'은 너무나 쉽게 '카피 & 페이스트'되어 저런 정신과 외관을 전세계에 급속도로 퍼뜨리고 있습니다.

두바이에선 두바이 사람 보기 힘들어요.


불과 한나절을 보냈을 뿐인데 하도 거대한 것들을 많이 봐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두바이에서는 두바이 사람들 찾아 보기는 정말 어려웠고요, 두바이의 수많은 일자리들은 파키스탄, 필리핀, 네팔,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건너온, 싼 임금에 만족하며 일 할 뜻이 있는 분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길, 최근에 개통한 두바이의 번듯한 스카이트레인은 외곽의 저렴한 주거지역으로- 집으로 가는 지친 얼굴의 퇴근길 노동자들을 가득 싣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괴물

 
두바이 스탑오버를 이렇게 길게 잡은 것은 사실 이 A380을 타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역시 남들 하는건 다 해봐야죠.

두바이, 좀 너무 깠나요?
제가 검색을 해보니까 너무들 칭송들을 해놓으셔서요. 최대한 느낀대로 적어 봤습니다.
고작 한나절을 봤을 뿐이니 제가 틀린 부분이 있다거나, 저와 다른 생각 하시는 분들은 댓글 남겨 주세요.
저도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