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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s 2011

나의 2011 [9]

째박이는 서울에 돌아가는 표를 한번 두번 바꾸더니 아예 떠나는 날을 티켓 유효기간 마지막 날로 바꿔 버리더군요. 워낙 태국을 사랑했던 녀석이라 한번 돌아오니 떠나기가 싫었던 모양이에요. 저는 처음 예정된 3주 동안은 최선을 다해 째박이랑 재밌게 놀아 줬지만 이게 점점 길어 지면서 제가 연초에 나름대로 세웠던 여러가지 계획도 흐지부지 되는 것 같고, 혼자만의 시간도 그리워 져서 점점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째박이는 몰아 세우면 덤비는 스타일이라 어느날 밤 뭐라고 좀 했더니 술이 떡이 돼서 울고불고 진상 피우면서 저보고 '장남으로서 정신 좀 차리라'고 하더군요. 저는 '당분간은 너가 우리집 장남이다.'로 맞섰습니다.

애초에 싸움도 어디 쿵딱이 맞아야 하잖아요.
막 울면서 꼬장 피우던 녀석이 정신을 딱 차리더니 '하하하, 이거 정말 안되겠다.'며 포기를 했습니다.
저도 그냥 포기 했어요.

'야, 우리 내년에 지구가 망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너 있는 동안 신나게 같이 놀자.'
로 합의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정 신나게 놀았어요. 우리는 죽이 잘 맞아 어디든 같이 가고 뭐든 같이 하니까요, 아주 눈알이 튀어 나올 정도로 놀았습니다. 

그러다 째박이 티켓이 유효기간에 임박했을 무렵 째박이가 저와 함께 태국 말고 어디든 좀 다녀 오자고 하더군요. 어느덧 제 태국 비자도 거의 유효기간에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저도 어디든 다녀 오기는 해야 했어요.

그래서 써치를 좀 하다가 저는 째박이가 태국 말고는 딱히 다른 곳을 여행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기억 났습니다. 쟤는 태국 말고는 샹하이와 도쿄를 여행한 것이 전부인데 그 두군데도 저와 함께 간 거였거든요. 저는 좀 현대적인 남쪽 도시를 구경시켜 줘도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싱가폴 행을 결정 합니다.

싱가폴은 숙소도 비싸고, 어지간한 숙소들은 비싸도 제값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을 이전 방문에 경험했던 저는 숙박을 2박만 하는 대신 싱가폴에서 가장 좋은 곳들을 구경 하고 오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됩니다.

그래서 '포시즌스' 1박, '마리나베이샌즈' 1박을 예약 했습니다.
포시즌스에는 일부러 조식이 포함된 예약을 걸었어요. 형제끼리 느긋하게 아침 먹으면서 이야기도 좀 하고 그럴 생각에요. 깨우면 꼭 일어 나겠다는 다짐도 받아 뒀습니다. 

얼씨구


일어 나기는 커녕, 꽤 비쌌던 아침식사를 날리는 것이 아까워서 룸서비스로 코 앞에 대령해 놨는데도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더군요.

제가 처음 가본 포시즌스는 발리 우붓에 있는 곳이었어요. 그때 같이 간 친구랑 차를 빌려서 우붓에 간다고 우말라스를 떠나 하루 종일 헤맨 뒤에 저녁이 되어 겨우 도착 했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우말라스로 돌아갈 무렵에는 이미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그때 보인 것이 바로 포시즌스 리조트 간판이었는데요, 저와 제 친구는 이끌리듯 그곳에 들어가게 됩니다. 직원에게 예쁘게 부탁을 해서 구경을 한, 협곡 위에 딱 앉은 리조트는 마치 꿈의 배경 같았죠. 그때 워낙 좋은 인상을 받아서인지 '포시즌스'라는 이름은 제게 강력한 신뢰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런 좋은 리조트들에 별로 가본적이 없었기도 해요.)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포시즌스 싱가폴에는 별로 놀라울 것도, 뜨악 할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특히 건물 자체가 노후한데다 외관도 볼품 없어서 큰 기대를 하고 가실수록 실망할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다만 서비스는 5성급 호텔의 ABC가 잘 살아 있어 반듯 하고요, 다른 포시즌스 체인과 마찬가지로 침대가 적당히 딱딱 폭신한 것이 아주 숙면에 최적화 돼 있습니다. 이건 뭐 개인마다 취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도 있겠군요.

애써 '이정도면'이라고 스스로를 달래 보려 해도 가격에 비해 '와우'할 만한 것이 너무 적었어요.
(차라리 조금 더 투자 하셔서 레이플스에 묵어 보실 것을 추천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두번째로 간 마리나베이샌즈는 우리를 체크인에서부터 '와우와우' 하게 만들었으니...

체크인 하는데 20분

 
장난하냐?
이말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 말이지요.

저게 바로 동남아시아에서 지금 가장 화제가 되고 있고, 가장 인기 있는 싱가폴 마리나베이샌즈의 체크인 줄입니다. 저분들은 최소 수백불씩을 주고 예약을 마친 투숙객들이고요.

저 로비에는 일반 관광객들에, 카지노에서 밤을 새운 퀭한 눈동자에 머리는 떡 져서 부시시한 갬블러들이 한데 웅성웅성 엉켜서 아주 불쾌한 광경을 연출 합니다. 소음기를 가져가서 소음도를 한번 찍어보고 싶은데, 시끄럽기가 어지간한 운동 경기장 못지 않다고 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까요?

별 다섯개 호텔에 기대할만 한 안락함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 줄에 서서 20분 기다린 후에 체크인 할 때 직원에게 이것에 대해 따지니까 그녀는 이미 '너 같은 소리는 입 달리고 지 똑똑한 줄 아는 애들은 다 해서 난 하나도 안 무서워.' 표정으로 제게 되물었습니다.

'저희 호텔에 객실이 몇 개인줄 아세요?'
'Whatever.'라고 해야 했지만 궁금했습니다.
'...몇갠데?' (졌다.)
'2561.' 와, 탐욕스럽다!

그 많은 객실이 주말에는 만실을 착실히 찍는다는군요.

그래도 그녀는 흡연자인 저와 동생을 위해 발코니 있는 방으로 방을 바꿔 줬으니까 컴플레인은 그선에서 마무리 했습니다. 사실 더 해봤자 소용도 없었을 겁니다.

이 호텔은 서비스 평가를 다시 받고 3성급 정도로 수정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농담 아니어요. 저 넓은 호텔에서 방까지 안내해 주는 직원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기 어디 군부대 근처 여관처럼 키를 받으면 손님이 직접 방을 찾아 가는 거에요.
싸구려들.

방에 가보면 또 가관입니다. 개장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호텔이 이미 급속 노후가 진행돼 있고요, 저는 이것을 카지노의 주요 고객인 대륙 손님들 덕분이라 봤습니다. 가구들에는 군데군데 담배빵 난 자국이 '가지가지 한다'는 인상을 더합니다. 심지어 가구들은 원목도 아니고 그거 있죠? 필름 붙인거.

어메티니도 한자가 갈겨 써진, 뭔가 여관스런 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게다가 321 미국 딸라 짜리 예약에는 조식도 불포함입니다. 가지가지 하죠?

뷰는(만) 좋아요


저기서 저런 인증샷 찍으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곳에 투숙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는 합니다.

제가 간 날은 일요일이었는데요, 어우, (죄송합니다 욕 한번 할게요.) 씨발 수영장 분위기가 참담합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 여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가족 단위 방문객이 대부분인 저곳에 젊은 싱글 남성 둘이서 재밌을 건 그닥 없어요. 그냥 수영만 열심히 하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저기 매달려서 씽가폴이 뭔 지랄을 떨어 놨나를 내려다 보는 그런 거시기도 있겠네요.

저 사진은 제가 전공을 살려서 필사의 잘라내기를 한 결과물이니 '아, 저기 정말 한가롭고 멋진 곳이로구나.' 이런 생각 하시면 노노.

저 사진 밖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입니다.
특히 제가 태국에 살면서 하도 한가롭고 여유로운 수영장들에만 다녀 버릇 해서 그런가 저런 인구밀도 높은 곳의 "패밀리 풀" 풍경은 참 당황스럽더군요. 피부병 걸릴 것 같고. 윽!

그래도 우리 기업이 지은 자랑스런 현대 건축의 역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되도록 비수기 평일에 가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 되는 길이라는 팁. (우와 친절하다 박모과.)

거기 안에 있는 것들도 라이언킹 이런 뭐 다 뻔한 것들 이고요, 비싸고요, 카지노에는 수백만원 어치씩 칩을 든, 어디를 봐도 하나도 안 멋있게 생긴 대륙분들이 줄담배를 빡빡 피워가며 '도박은 정신을 병들게 해'룩을 연출하고 계십니다.

싱가폴 쟤네는 다른데서는 담배를 지랄 해가며 못 피우게 하면서 희한하게 마리나베이샌즈 실내 카지노는 또 흡연을 가능하게 해뒀어요.
돈 들어 오는 데니까요 뭐. 


인간의 눈은 대체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보를 습득한다죠.


싱가폴이 여러분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경고"입니다.

뭐 내 똥꼬에 코카인 3KG가 콘돔에 쌓여 콕 박혀 있는 게 아니더라도 저런 걸 돈 쓰러 놀러 가는 길에 딱 받아 보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꼴통들.

싱가폴을 너무 까기만 했는데요, 저 사실 싱가폴 좋아 합니다. 하하!
좋은 이야기도 써볼게요.

싱가폴은 일단 모든 것이 빨라서 좋습니다.
공항 입출국 수속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곳이기도 하죠.
맥도날드에서 주문을 하면 주문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쟁반에 내가 주문한 것들이 준비돼 있기도 하고요. 이점은 태국에 살면서 그들의 느긋한 서비스(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햄치즈 샌드위치" 하나 주문하고 15분씩 기다리는 건 예사에요.)에 두손 두발 다 들었던 저에게 특히 쎈쎄이셔널 하게 다가 오더군요. 기계와 암산을 동시에 사용해 펼치는 싱가폴 웨이터들의 -세계 그 어느 곳의 웨이터들 보다도 신속한- 전광석화 같은 계산 실력을 보고 있으면 존경심 마저 솟아 납니다.

인도계는 인도계대로, 말레이계는 말레이계대로, 쭝궈계는 쭝궈계대로, 액스팻(외국인노동자?)들은 액스팻대로, 다양한 문화권들이 자기 영역을 가지고 '섞이지는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덕분에 도시의 다른 구역들을 오가며 매끼 다른 문화권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것은 매력적이고요.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깨끗한 도시 풍경이며 모든 일탈에 '벌금'이 정해져 있어 상대적으로 반듯한 싱가폴 시민들 생활을 엿보는 것도 방문자로서는 '한편 안쓰럽고' 재미 있지요.
그런데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사람이 어떻게 누가 하라는 대로만 하고 삽니까?
내 도시, 내 나라라면 내 "집"인데, 내 집에서 행동의 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뼛속 깊이 각성하고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잖아요? 전 거기 살라면 못 살겠데요.

울아빠엄마가 그런 꼰대 돋는 분들이 아닌것이 저와 박째박이는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여기 까지 읽은 아빠의 미소가 나는 보인다 보여.)
 

다시 판세가 역전되어 씹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네요. 더 씹어 보겠습니다. 제가 씹는다고 싱가폴이 망하겠습니까?

저는 싱가폴이 그놈의 금융 중심지이다 보니까 도시의 모든 저력이 '돈'에 집중돼 있는 것도 안타까워요. 1년 동안 세번 방문해 싱가폴 젊은이들을 상당수 만나보고 제가 받은 가장 강한 인상은 결핍이었습니다. 좁은 땅에서 한정된 기회들을 밟고 올라가 도시의 가장 '돈이 되는', 다른 말로 가장 '존경을 받는' 직업군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을 제한사항 많은 모국에서 시원하게 풀어 버리지 못하는데서 오는 결핍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작은 도시를 떠나면 나라는 존재는 시스템에서 낙오 할 것 같고, 한번 끈을 놓치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은 그 결핍을 그들 내면에 딱딱하게 응고 시키죠.

그래서인지 일련의 '잘 나가는' 싱가폴 친구들은 상당히 씨니컬 합니다.
'야, 너 나보고 지금 너 눌러 달라는 거냐?' 하는 못된 마음이 들도록 도발해 와요. 미국식도 아니고 영국식도 아닌, 그 둘이 상당히 천박하게 뒤섞인, 웃기지도 않은 비아냥을 농담이랍시고 걸어 대더라고요. 처음 그런 부류들을 접했을 때는 싱가폴 사람들은 유머감각이 없나보다 생각하고 말았는데요, 가만 보니까 이게 그 사회에서는 하나의 파도 같은 거더라고요.

안타깝지만 그런 친구들을 진정 시키는 방법은 뭐가 됐던 제가 그들 보다 나은 녀석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는 방법 뿐이 없습니다. 팽팽한 정신력 대결에서 우열이 가려지고 나면 그 친구들은 비로소 사람답게 대화를 하더군요. 유치 뽕이죠?

인간이 그저 시스템의 회로가 되기로 하면 보기에 민망하고 속상한 캐릭터들이 속출하는 것 같아요.

작년에 싱가폴 갔을때 성공회 교회에서 만난, 연세 지긋하신 인도계 영어 선생님께서 당시 막 완공이 끝난 마리나베이샌즈를 바라보며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 나라에서는 돈을 찬양 한다. 오직 돈만을 경배한다. 그 정신의 가장 추악한 물질적 형태가 바로 저기 보이는 마리나베이샌즈다.' 

칭찬 하기로 해놓고 이렇게 끝내 버리면...

후아힌 일출과 정미녀


째박이는 떠나고 정양이 왔습니다.
사실 정양(관심있는 분은 클릭하세요)은 저랑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어요.
서울에서 친구의 친구였지만 몇번 만난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박모과치유와재생센터'에 부득불 들어와야 겠다는 겁니다. 저는 일단 엉겁결에 한없이 쿨한 마음으로 오케이를 하고 말았는데요,
그래서 얘가 막상 우리집 현관에 도착 했을때
'이분을, 아니 얘를, 아니 이분을, 아니 얘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죠.

하지만 뭐, 결과적으로는 '역시 친구의 베스트 프렌드일세' 하는 다행 스러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했죠. 내 친구의 '베스트'라고 만났는데 진상인 애들도 가끔씩 있잖아요. 가끔보다도 더 많나? 풉!

후아힌은 올해만 하더라도 벌써 볓번을 다녀 왔는지 셀 수 조차 없습니다.
방콕에서 차로 두시간 반, 태국의 국왕께서 실제로 거주 하시는 본궁이 있는 '로열 타운'이에요.
태국의 다른 어메이징하게 아름다운 곳들처럼 사람 숨통을 조일 정도로 대놓고 쨔잔 아름답지는 않지만 소박한 매력이 있는, 참 조용하고 아늑한 곳입니다.

저 일출은 제가 후아힌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일출이었습니다. (왜냐면 처음이라서...)

팻보이슬림 쑈


정양도 가고 팻보이 형이 방콕에 오셨어요.
10년전이나 어쩌면 그리 다름없는 셋을 선보이셨지요.

하지만 상당히 공을 들인 영상은 그의 음악과 완벽한 싱크를 이뤘고요, 한층 더 완벽한 '유케이 스포츠 펍에서 축구 보다 음악 틀러 나온 룩'(심지어 카고 반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음)을 완성하신 노먼형의 무대 위 액션은 참 정감 있었습니다. 관객들 대부분이 30대 이상이었던 것도 참, '아, 나도 30대지?' 하게 만들었던 재밌는 밤이었어요. 

룩 퉁! 룩 퉁!

 
방콕에서 제가 올해 가장 자주 갔던 통로 쏘이 18 '미팅룸' 친구들입니다.
미팅룸은 방콕에서 가장 재기발랄한 일곱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낸 '서울 스타일'의 바인데요, 말만 서울이 아니라 메뉴를 보면 소주도 있고 막걸리도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저보다 훨씬 더 자주 서울에 가고요, 서울에서 방콕에 풀어낼 새로운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얻는다는군요. 저와는 정반대죠.

이날은 태국 북동부 지방인 '이싼' 테마로 파티를 했는데요, 그곳을 상징하는 '타이 컨츄리' 룩이 바로 사진에 나타나 있습니다. 태국에는 파티를 할 때 테마를 정해서 드레스 코드를 설정하면 모두들 그 드레스 코드를 충실히 따른 옷을 입고 오는 문화가 상당히 제대로 정착해 있어요. 저도 초기에는 대충 있는대로 입고 가다가 되도록이면 이 친구들이랑 어울리게 드레스 코드를 준수하려 나름 노력 했습니다.

'로열웨딩' 파티 (뿜의 사진)


이날 처럼요.
저는 수트라고는 딱 한벌 뿐이었지만 최대한 로얄해 보이게 하고 나갔습니다. 머리도 올빽으로 넘기고 미남 코스프레. 워낙 패션계 친구들이라 제가 드레스 코드를 지켜 가니까 참 좋아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기분 참 좋았습니다.만 더워 죽는 줄 알았어요.
스타일을 위해 저 더운 나라에서 수트도 마다 않는 모든 패션 피플님들 존경 합니다.

이 친구들은 방콕의 재미있는 것들을 다 알고 있고요, 뭔가 재미있는 것이 있을때면 이렇게 언제나 저를 초대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소개해 줬습니다. 덕분에 좋은 사람들 참 많이 만났어요. 

보고싶다 친구들.

방콕 아트 & 컬쳐 센터


제가 살던 집에서 5분 거리에는 방콕의 'MoMA', 'BACC'가 있었습니다.
슬리퍼 질질 끌고 나가서 길거리 식당에서 밥 먹고, 전시가 뭐가 있나 가서 둘러보고 그랬던 거 참 행복 했어요. 저 미술관은 청년 아티스트들에게 다양한 전시 기회를 주고 있어서 왕왕 볼만한 전시들이 있었습니다.

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창조하는 세계는 참 독특해요.
'동양적'이라고 뭉뚱그리기에는 너무나 강렬한 '태국적'인 색이라는게 분명히 있더라고요.
그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자기 땅에서 온전히 자기 주권을 지켜 내며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자기들이 가진 것과 섞어 오늘에 이른, '오리지널리티'의 안정감이란 저같은 신생 국가의 청년에게는 쉽게 파악하기 힘든 넘사벽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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