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빌라더바,
휘황, 차우기, 박모과 (동갑내기)
2:45am
요즘 이렇게 셋이 만나는 일이 잦은데 셋 다 먹는게 업이다 보니 화제는 자연스레 음식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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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황이가 나 방콕 살때 진짜 많이 놀러 왔었거든, 우리 둘 다 먹는게 잘 맞으니까 하루 종일 먹으러 다니고. 그런데 그때는 내가 식당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둘이는 먹는 얘기 정말 많이 했어. 내가 황이한테 이런 질문 한 적이 있어. 황이 방콕에서 처음 봤을 땐데.
'일본의 맛은 뭐야?'
진짜 뜬금 없잖아. 그런데 황이가 미리 준비해 둔 것 처럼 대번에
'간장 맛? 쇼유의 맛?' 그러는 거야. 난 그게 머리 깊이 박혀서 아직도 일식 먹을 때마다 생각나.
차: 정확하네. 자, 그러면 물어보자. 넌 한식집 하잖아. 한국의 맛은 뭐라고 생각해?
박: 난 계절. 계절마다 다룰 수 있는 다른 맛.
차: 잘 피해 나가네.
박: 그럼 넌 뭐라고 생각 하는데?
차: 마늘. 한국은 식재료가 부실하잖아. 재료가 가진 원래 부실한 맛을 마늘 맛으로 채우는 거야.
박: 그러네. 하긴 우리나라 농업 너무 불안정해. 시장 가보면 비만 한번 와도 채소값 요동치고, 물건들 상태도 들쑥날쑥 하고.
차: 농업 뿐만이 아니야. 축산 수산 전부 다 그래. 품종들도 획일화 돼있잖아. 이정도 인구가 이정도 국토에서 어찌됐던 자급자족 하려면 다른 방법 없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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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채소만 먹고도 살 수 있겠다 생각 했던게 살면서 딱 한번 있었는데 캉첸중가 자락 씨킴 갔을 때였다. 거기서는 조리 안한 채소만 씹어 먹는데도 황홀한 맛이 났다. 당근이며 오이며 먹고 있는데도 또 먹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오염 적은 청정 지역에서 기르는 게 이런 굉장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구나.
거기서 나를 집으로 식사 초대 했던 크리스 누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외국에 나가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오가닉 오가닉' 하는거야. 그래서 그게 뭔가를 찾아봤어. 하도 심각하게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들을 하니까. 그리고 한참 웃었어. 그냥 씨킴 일상을 말하는 거더라고. 우린 여기선 농약을 안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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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
나도 식당을 하고 있으니까 다른 식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공개적으로 안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는 꼭 나누고 싶다.
얼마 전에 기대를 하고 갔던 서울의 한 태국 식당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태국 왕실 조리법'을 메뉴 전면에 내걸고 있는 곳의 카우팟뿌; 게살 볶음밥 게살이 게살이 아니고 크래미였던 것이다. 내가 태국 살면서 카우팟뿌를 최소한 50군데 다른 식당에서 백번도 넘게 시켜 먹어 봤는데, 넣는 게의 종류에 따라 차림새가 약간씩 다르긴 해도 크래미가 올라간 건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아무데나 있는 쎄븐일레븐에서 파는 35바트 짜리 CP냉동 카우팟뿌에도 두툼한 게살이 들어있는 나라가 태국이다.
'왕실'이라는 단어를 내걸고 FAKE crab meat를 올린 카우팟뿌를 만드는건 왕령으로 자국의 음식문화 수준을 끌어 올리는 작업을 몇십년째 꾸준히, 세계의 그 어느 나라 보다도 진지하게 해오고 있는 타이 왕실에 대한 뻔뻔한 실례이자 모독이다.
한국 식당 풍토에서 내가 반대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왕실' '전통' '조선왕조' '양반' 따위로 포장해 거짓 조리로 눈속임 하는 것 말이다. 거드름만 남고 비뚤어진 신분적 사고로 어찌해보려는 얄팍함은 이 나라 밥상머리에서 털어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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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식당이 두개가 되면서부터 시장에 직접 나가 모든 것을 다 직접 보고 고르던 것을 안하게 됐다. 손님 상에 오를 모든 재료를 내 손으로 직접 골라서 준비한다는 것이 '요리 안하는 식당 경영자'로서 큰 자부심이었는데 말이다. 재료를 납품 대행업체에 맡기면서 몸은 확실히 편해졌지만 내가 재료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에 새봄반상 준비 하면서 이제 시장에 막 나오기 시작한 두릅을 구하느라 가락동에를 다니면서 내가 그동안 덮어두고 있던 게 뭔지 다시 깨닫게 됐다.
빠르크는 내가 삶을 통틀어 가장 잘 아는 맛을 지키고 세상과 나누고자 만든, 내가 평생을 바쳐 만들어 나갈 식당이다.
언젠가 쌀도 채소도 전용 농장에서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계약 재배해 손님상에 올리는 것- 2년 전 나와 우지민이 빠르크 개업을 앞두고 했던 다짐이다.
빠르크 개업 2주년이 보름도 채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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