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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타이베이로

박모과 pak mogua 2011. 12. 4. 01:05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2년 반을 살다가 타이베이로 이사 왔는데요, 제가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방콕에서 사는 내내 물건을 꼭 필요한 것만 소유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 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2년 넘게 살았던 집 정리를 하면서 제가 얼마나 많이 갖고 살았는지를 깨닫고 저 자신이 징글징글해 지더군요. 그래서 옷장의 옷들 중 반 이상을 태국의 대홍수 수재민들에게 보내고, 수도 없는 아끼던 살림살이며 그간 모았던 술이며 리쿠어들까지 모조리 친구들에게 다 나눠 줬는데도 결국 100KG의 짐을 짊어지고 이사를 하게 됐어요. 그나마도 20KG 짜리 소포를 하나 부치고, 얼마간의 짐들은 나중에 타이베이 올 때 가져 달라며 태국 친구들에게 맡기기 까지 한 다음이었습니다.

떠나기 바로 전날 태국 친구들이 환송회를 열어줬고, 치기어린 마음에 150명이나 초대 했는데 정말 100여명의 친구들이 와주어 쏘주 칵테일 샷을 쉴새없이 마시다 보니 참 바람직한 꽐라가 됐었고요, 다음날인 이사 당일,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 짐싸기를 계속 했다는 그런 거시기.

6개월만 살려고 갔다가 2년반 동안 산 제 방콕 집. 제가 환송회 때 친구들 보고도 눈물을 안흘렸었는데요, 마지막에 집이랑 헤어지던 그순간엔 정말 와락 눈물이 쏟아 지더군요. 펑펑 울었습니다.


떠나던 날 공항에는 제가 아르바이트로 한국말을 가르쳤고, 그걸 계기로 실제로 한국에 한국말을 배우러 다녀 오기도 했던 히양과 남자친구 제이가 데려다 줬어요. 둘 말고도 깐, 뿌이, 오또라는 친구들이 공항에 저를 배웅하러 나와 줬어요. 뱅기 시간이 월요일 낮시간이었으니 망정이지 아마 밤시간이었다면 공항에 스무명은 나왔을 겁니다. 태국 친구들은 자기 친구들이 먼 곳으로 오랫동안 여행만 가도 공항에 모두 배웅을 나와 주거든요. 장난 아니죠? 사람의 마음씨는 원래 따뜻한 거라는 것을 저는 태국 친구들을 통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Pak mogua BKK, 이런 선물은 태어나서 처음 받아 봤어요.


저는 작전에 가까웠던 이번 이사에 타이완 국적기인 에바항공 비즈니스 클라스를 선택했습니다. 방콕-타이베이 편도가 13,200밧으로 비교적 괜찮은 가격이었거든요.
비즈니스 클라스 기본 허용 부치는 짐이 30KG니까 선박으로 보내는 해외 이사의 번거로움 보다는 초과 화물 차지를 물더라도 이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였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부치는 짐이 54KG에 기내에 갖고 탄 짐이 약 45KG였는데요, 비즈니스 클라스 첵인 카운터에서 잘 졸라서 (태국은 형, 누나 좀 깎아 주세요 하면 그게 또 통하는 따뜻함이 남아 있어요) 무려 16KG을 할인 받아 약 12만원의 추가금만 물고 모든 짐을 딱 부칠 수 있었어요.

에바항공은 이번에 처음 타봤습니다. 서울 출발 대만 경유하여 다른 지역으로 가는 싼 항공권이 자주 나오는 항공사이기 때문인지, 특유의 촌스러운 비행기 디자인 때문인지 저에게는 비호감의 이미지가 더 많았었는데요, 비즈니스 클라스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친절하고 반듯한 서비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내의 디자인이 특별히 세련 됐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친절한 직원들이 시설의 평범함을 상쇄 했달까요? 친구들 말 들어보면 일반석 서비스도 상당히 친절 하답니다.

같은 에바의 비즈니스 클라스라도 제가 탄 보잉 777 기종의 비즈니스 클라스가 좀 더 넓다고 합니다. 좌석도 뒤로 완전히 젖혀지고, 키가 178CM인 제가 다리를 쭉 뻗어도 앞좌석에 닿지 않을 정도로 공간을 충분히 확보 했더군요. 두툼한 거위털 이불도 좋았습니다.  


다만 기내식에 대한 악평은 상당히 자주 들었습니다. 저는 고기를 먹지 않아서 항상 뱅기 타기 전에 항공사 웹싸이트에서 '해산물식'을 주문 하는데요, 이건 제가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한 대만식 요리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양식 조리법을 따른 생선 요리입니다. 비즈니스 클라스에서 저런 말라 비틀어진 면을 낸다면 뭐, 일반석은 도시락 싸갖고 타야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클라스 기본 제공 요리



이건 제가 인터넷에서 미리 주문한 대만식 간장조림 요리에요. 훨씬 낫더군요.



모에샹동 한병을 거의 다 마시면서 한국 영화 '파수꾼'(대단한 영화입니다. 꼭 찾아서 한번 보세요.)을 다 보고 나니까 타이페이가 가까워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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