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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간병기[1]

박모과 pak mogua 2017. 1. 25. 00:37



2016년, 사연 없는 사람이 없었다.



16 MARCH 2016 Dad's 70th birthday dinner. Attendees: Dad & I


엄마는 죽어도 가기 싫다고 했고,

재양이는 마감이 늦게 끝나서 다음에 먹겠다고 했다.

아빠는 이날 일기에 '별 따로 쓸 말이 없다.'고 썼다.


다른 것도 좀 갖다 먹지 아빠는 엘에이 갈비만 여러번 먹었다.

아빠의 칠순 저녁


1 APRIL 2016 3rd Anniversary of Parc. 3 by Chulhwa


'3년은 버텨봐.'


처음 사업 시작할 때 사업 선배들이 제일 많이 해준 얘기다.

빠르크 초반에는 결기가 대단했다.

성공시켜 집안을 일으키리, 그 생각 뿐이었다.


2015년에 조건 없는 투자를 받기로 했을 땐, 

매일 아침에 이시장 저시장 봉다리 봉다리 들고 뛰어 다니면서 땀 흘렸던 게 

드디어 결실을 맺는구나 모든게 다 된 것 처럼 기뻤다. 


그런데 그 일정이 무기한 연기 되면서

그쪽 일에 올 인 하고 있던 나랑 지민이는 공중에 붕 뜬다는 게 어떤 건지 경험했다.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보장하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약속한 것을 못지키게 된다니

자존심 상하고 민망했다.


더 민망한 건 아직 투자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투자금 받은 것처럼

꼼꼼치 못하게 굴다가 연초에는 정말 벼랑 끝까지 몰렸었다.


친구들 도움으로 간신히 늪에서 빠져 나와 맞은 3주년.


7 APRIL 2016 Telling the story of Parc at the annual creative conference of Y&R.


'모두가 날마다 집에서 먹는 밥'을 

트렌드 소비가 빠른 서울에서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들고 나온 이유

그것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나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가


글로벌 PR 에이전시인 Y&R이 해마다 아시아 태평양 각국의 지역 리더들을 모아 

1년간의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정리하고 공유하는 컨퍼런스에 초대받아 한국 대표로 빠르크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나는 늘 가슴이 세계로 향해 있으니까,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빠르크를 소개하면 어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어차피 우리 힘으로 여기까지 왔으니까,

돌아가면 더 잘 해서 약속한 것들을 해내자.

너무나 아름다운 리조트에서 아쉬울 것이 없는 완벽한 환대를 받다보면 

와, 이런 좋은 서비스를 빠르크에 어떻게 녹여낼까?

저런 의지도 꿈처럼 생겼다가 구름이랑 녹아 버렸다.


28 MAY 2016 Pum & Note's Wedding


맞다.

2016년에는 외국 갈 일이 정말 많았다.


그 전년도부터 내 태국친구들이 우루루쾅쾅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내가 태국에 살 때, 연고도 없는 나를 어디 불편한 어르신 돌보듯이 잘 보살펴준 친구들 결혼식에는 꼭 가서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


뿜과 놋은 그 둘 업다운을 몇년동안 옆에서 너무 구구절절 봐온터라

코끝 찡하기가 말도 못했다.

이날은 애들이 서프라이즈로 나한테 친구 대표로 스피치도 시켰는데,

태국말 영어 엄청 떨었지만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에 나온 남편들 셋 결혼식에도 모두 갔었다.

잘들 살어.

 

31 MAY 2016 In the ruins of Ayutthaya


이 태국행을 앞두고 큰 일이 하나 있었다.

재양이가 사고 아닌 사고를 하나 겪었고

그 후유증이 상당히 컸고

그래서 당분간 일을 못하게 됐고


대신해서 신세계 나가 일하면서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표는 이미 끊어놨지

뿜놋은 내 호텔방도 잡아 놨다지

참 답답한 상황이었다.


사진 좋은 것만 골라놓고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게 좀 어색하긴 하지만

이무렵 내 안에서 점점 가라앉는 쪽 힘이 커져가고 있었다.


사연 좀 그만 생겼으면,

사연 좀 그만 들었으면.


술자리 나가면 나도 하소연 쟤도 하소연,

하소연에 목 막혀서 사람 많은 데 가는게 질릴 정도였다.


결혼식과 다음 일정 사이에 이박삼일 빈틈이 있었는데

나는 혼자 아유타야에 갔다.

친구들 만나면 또 누구 붙잡고 하소연을 쏟아낼 것 같았다.


아무도 안만나고 방에만 있었다.

아무말도 안하고.


호텔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땀을 주룩죽 흘리면서 그냥 폐허들을 둘러봤다.


4 JUN 2016 Krabi


아유타야에서 내려와서는 태국 패션계 친구들이랑 몇년 전에 함께 했던

최고로 웃겼던 끄라비 여행의 리마인드 여행을 떠났다

스무명도 넘는 대그룹이었는데,

멤버들 모두가 하루종일 매 한마디를 웃긴 말만 하기 때문에

웃다 보면 하루가 뚝딱 가곤 했다.


이번에는 여기에도 좀 복잡한 상황도 있고,

애기들도 태어났고,

예전만큼 왁자지껄하지는 않았다.


태국말 모르는 동행자가 합류 했는데 

거기서 태국말만 하고 있었던 내가 얼마나 무심했나도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제일 느긋했던 순간은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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