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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짜헛 샐러드 바에 김치가?

박모과 pak mogua 2011. 12. 11. 19:50

저는 핏짜를 좋아합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만약 인간이 평생동안 딱 한가지 음식만 먹고 살아야 한다면 저는 핏짜를 고를 거에요.
그정도로 사랑합니다.
그래서 글을 쓸때도 왠만하면 한글 맞춤법에 맞춰 글을 쓰는 편이지만 핏짜 만큼은 핏짜라고 빠득빠득 써댈 정도 입니다.
'피자'는 어딘지 핏짜가 아닌 것 같아요. 말에 힘도 없고. 냉동 핏짜가 해동만 된채로 구워지지 않은채 상에 오른 느낌이랄까요? 자장면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으으윽!

저는 일요일에는 주로 아침을 거르고 점심까지 빈둥대다가 시켜먹던 나가먹던 핏짜를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지금 신세지고 있는 친구네 집은 타이베이에서 가장 번화한 똥취라는 곳이고요, 서울로 치면 압구정+강남 같은 동네라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 아주 많습니다. 오늘은 길 건너 블락에 있는 이탈리아식 화덕 핏짜를 먹으러 길을 나섰다가 날씨가 너무 쌀쌀해서 그냥 눈에 보인 핏짜헛에 들어 갔어요.

그런데 2층에 있는 핏짜헛의 1층 입구에 이런 광고가 붙어 있더라고요. 핏짜헛 상표도 없고 그래서 저는 어떤 한식집인지 춘천 닭갈비 핏짜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아이디어 좋다고 생각했죠. 나중에 타이완 친구들 데리고 한번 와봐야겠다 했어요.

그런데...

이것은 핏짜헛의 광고였습니다! 맛있은!


아아아아! 진짜라고?
 

게다가 이 핏짜헛은 세상에 핏짜 부페를!


혼자서 한판 시켜도 분명 다 먹을테고, 그러면 너무 배 부를 것 같다고 생각 했는데 부페라니 마침 잘 됐죠.
가격도 우리돈 약 만사천원 정도니까 나쁘지 않았어요. 탄산음료와 망고쥬스, 샐러드 바와 커피까지 포함된 가격입니다.

슬슬 샐러드 바를 둘러 보는데, 아니 이게 뭡니까?
 

김치김치!


정말 김치가 있었어요!
그것도 김치만 있는게 아니고, 콩나물 무침에 오이 초절임, 미역무침과 어묵 볶음까지!
마치 한식 부페에 온 것 같은 그런 거시기.

저는 김치도 매우 사랑합니다. 특히 외국에 살다보면 때때로 섭식 발란스가 깨져서 예기치 않게 변비가 올때도 있는데요, 그땐 역시 김치가 최고입니다. 그런데 타이베이에 온 3주 동안 아직 한국 식당에 한번도 가지 않아서 김치를 먹어 보지 못했는데요(그렇다고 제가 지금 변비가 있다는 건 아니고요, 예), 세상에 핏짜헛 샐러드 바에서 김치를 먹게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게 핏짜헛에서 찍은 사진이라는게 참 재밌죠? 그것도 타이완에서!


저는 핏짜도 사랑하고 김치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이 둘을 같이 먹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그렇게 많은 핏짜를 먹었는데도 말이에요.

드디어 오늘 핏짜와 김치가 타이베이에서 한몸이 되었습니다.
 

고구마 핏짜에 김치를 올려 먹으니 어릴때 생각 나더라구요.


제가 고기를 먹던 때 항상 하던 말이 있었어요.
'신께서는 한국 사람들에게 양념 통닭과 팥빙수를 선물로 주셨다.'
오늘 하나 추가 하겠습니다. '부록으로 고구마+김치도 주셨다.'
아아, 고구마와 김치의 결합은 그 자체로 오묘하고 신비로운데, 한바탕 흩뿌려졌다 녹아 꼬소하게 구워진 모짜렐라가 그 와중에 쫀-득 쫀-득 씹히며 저를 갖다 농락 했어요.

물론 이곳의 김치맛은 조미료 맛이 많이 느껴져서 최고라고 할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핏짜 역시...핏짜헛이잖아요.

하지만 이런 조합을 한국에서 더 좋은 재료로, 서로 잘 맞는 맛이 되도록 조율을 하면 미국에서 인기라는 김치 타코 같은게 나올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뭐, 사업하는 사람 아니니까 누구든 아이디어 마음껏 갖다 쓰시고요, 돈 많이 버시면 울엄마 아우디 한대만 뽑아 주세요.
 

김치 불고기 핏짜


전 스스로 응용하여 고구마 핏짜에 김치를 얹어 먹었는데, 이 핏짜는 아예 김치를 토핑으로 사용했습니다.
 

해물부침개


짜장면!


이런 글로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은 각 지역마다 지역 특화 상품을 내놓곤 하잖아요.
맥도날드의 불고기 버거라던지, 태국 핏짜헛의 똠얌꿍핏짜라던지 하는.
그런데 타이완 핏짜헛의 이런 파격은 제게 오늘 참 여러가지 화두를 던져 줬습니다.

제 태국친구 히양은 참 평소에 남에게 뭐 부탁 안하는 아이인데요, 제가 태국에 살 때 한국에서 놀러오는 제 친한 누나에게 뭐 한가지만 부탁해도 되냐며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게 바로 김치였습니다.
제가 '방콕에도 김치 많이 팔잖아?' 되물어 보니까 한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 먹었던 한국김치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대요.

그러고 보면 저도 어디를 가나 현지인들이 맛있다고 하는 것을 찾아 먹는게 좋고, '어디를 가야 제대로인 것을 맛 볼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아득바득 찾아가서 먹어 보거든요. 때로는 난감한 맛들도 있지만, 그동네 사람들이 좋다는 데는 좋은 이유가 있고, 내 입맛에는 안맞아도 '좋은 레서피'라는게 있는 거니까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제가 가만히 지켜 보니까 많은 타이완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김치를 핏짜와 먹고 있더군요.
아무렇지도 않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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