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997년에 만난 은인을 21년 만에 다시 만났다. [1] 내 일상에서 이만큼을 떠나와 생긴 마음과 시간의 공간에 새로운 장소에서 엉뚱하고 새로운 사건사고를 통해 새로운 기운과 자극을 채워넣는 게 내 여행. 16살 때부터 매해 한두번, 많을 때는 너댓번도 여행을 떠나곤 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하고 알고싶은 데가 많았던 건지 아무리 다녀서 채워봐도 채워지지 않을만큼 아주 목이 많이 마른 애였다 나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아 다니는’ 여행을 하다보면 영 재미가 없고 무엇보다 멋있어 보이지가 않았으니까 난 최대한 목적도 계획도 없는 열린 일정의 여행을 추구했다. 지금 생각 해보면 겁도 없지 1997년 1월에 한달 동안 유럽으로 혼자 떠난 여행에서도 매일 아침 그날 일정을 정하곤 했다. 목표는 당시 한참 유행하던 '돈 최대한 아껴쓰기'. 그래서 어지간한 도시들은 아.. 더보기
PRELUDE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scene change 내가 살면서 제일 무서워 하는거 하나만 꼽자면 이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조화인지 순전히 외부요인에 의해서 집과 매장을 같은 시기에 옮기게 됐다. 이번 이사를 통해 나는 드디어 나고 자라 평생 연고지였던 관악구를 떠난다. 둘 다 내 능력으로 안되는 일이었는데 가겠다고 마음 먹으니까 통했다. 그래서 집과 일이 모두 용산구로 모인다. 지금 가진 것의 반 이상 덜어낼 계획이다. 아닌 것, 안쓰는 것, 흐트르는 것들을 곁에서 몰아내고 비우고 가볍게 살아야지. 더보기
@mo9ua ​ VJ 시작하고 VJ 이름을 VJ MoguA 이렇게 프린트 해놓고 보니까 뭔가 딱 들어맞지가 않는 것 같았다. 마침 도리스랑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누나는 디자이너니까 누나랑 얘기하면 뭔가 시각적인 대화가 되곤 했다. ‘누나, 모과가 이진법 기호처럼 한음절이 되면 비트 단위로 판단하는 VJING이라는 매체 특성에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써놓고 보니 mog만 보면 뒤에 뭐가 더 있을 것 같다가도 VJ를 붙여 VJmog가 되니 럴싸럴싸 그럴싸 했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포스터에 적을 때 mog은 꼭 소문자로 써달라는 주문도 필첨했지. 마지막 VJing은 태국 살 때였으니 벌써 8년이나 지났는데, 안하고 있더라도 끈만은 놓지 않으려 오늘까지 아이디 만은 @VJmog을 써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내가 .. 더보기
안걸어다녀 요즘 문득 요즘 내 삶에서 사라진 것 하나를 찾아냈다. 걷기. 정말이지 나는 걷지를 않는다. 서울에 돌아온지 6년째, 집과 한남동을 차로 오가고, 한남동 이태원 가까운 점들 사이를 다닐 때만 걷는다. 나 참 걷는거 좋아하는데. 방콕에서처럼 어슬렁 엉덩이에 힘 빡 주고 뉴욝 워킹을 하던 빠리에서처럼 껑총깡총 봄가을 소월길 그냥 걷는 데서 오는 그 즐거움이 있잖아. 요즘 난 그걸 잃어 버렸다. 왜 그런가? 나는 서울의 길들에서 어떤 자극도 호기심도 느끼지 못하게된 것 같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보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꼭 새로운 것을 봐야하나 그건 아니다. 그런데 360일 희뿌연 하늘이 저기 있고 그걸 보면 숨을 될 수 있는 한 조금만 쉬고 의미도 양식도 없는 건물들을 눈을 질끈 감은채 슉슉 지나쳐 목적지로 .. 더보기
나라는 필터 요즘 가장 자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와 우리 서로 알고 있던 내 과거의 중요한 지점을 이야기 하다가 내가 비밀로 간직하고 있던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 하나의 봉인을 해제했다. 친구가 입을 한참이나 다물줄 모를 정도로 놀라며 얘기했다. '블로그에 있는 얘기에서 그것만 쏙 빠져 있는 거였네?' 나는 더 깊이 들어가서 더 노골적이고 더 끝까지 가는 것을 원하고, 나를 저 끝까지 몰아 붙이는 사람이면서도 그 경험을 전달할 때는 그 경험의 강도 만큼이나 두꺼운 필터로 이야기를 거르고 있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핵심을 쏙 빼놓고 얘기를 한다.' 난 이렇게 36년을 살아왔다. 난 오렌지 주스에 붓는 깜파리 같은 믹서가 되고 싶었는데, 필터가 돼 있었네. 더보기
빅터챈 빅터 챈이 서울을 떠났다. 서울을 너무 좋아해서 집처럼 드나 들더니 급기야 서울 근무를 신청해서 서울로 이사를 온지 일년 만이다.어머니께서도 좀 더 높은 연봉과, 국제적인 기준에서 더 경쟁력 있는 홍콩을 두고 왜 서울로 가냐며 반대 하셨지만 그걸 뚫고 서울에 온 것이다. 빅터는 처음에 빠르크에 손님으로 왔었다.열명이 넘는 큰 범아시아 일행을 이끌고 몽키를 병으로 시키면서 내가 '우리는 몽키에 오이를 넣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까지 했는데도 오이를 달라고 해서 머리속에 딱 박혔다.1년인가 후에 클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이 빅터의 베스트들이어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됐고, 금방 꽤 친한 사이가 됐다. 빅터는 처음부터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왔고, 나는 이런 사람들을 좋아 하니까 뭐든 술.. 더보기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집에 일찍 들어가서 TV 켜놓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었는데 근호한테 메세지가 왔다. 얼마전에 내가 엄마를 데리러 대구에 갔을 때 근호도 근처에 있었다는 것이다.안부를 묻다가 근호가 갑자기 을 봤냐고 물어봤다.내가 엄청 좋아할 거라고, 아니 사랑할 거라고 한번 보라고 했다. 바로 틀었다. 엄마가 아파서 병상에 누워 있는 몽상꾸러기 왕따 남자애가 엄마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고, 엄마를 떠나 보내면서 겪는 사단을 그린 영국 영화였다.응, 근호야 왜 보라고 했는지 알겠다.고마워.위로가 됐어.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죽음을 대하는 자세도 다른 사람들이 그려낸 이야기인데, 내가 겪은 것들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을 넘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 복받쳐 울었던 건 아니고, 그냥 눈.. 더보기
하루에 하나라도 뭘 만들기 아빠 싸이월드를 정리해서 싸이북으로 만들었다.싸이북은 싸이월드에서 유저가 싸이월드에 남긴 컨텐츠들을 PDF 책으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이다.아빠 거 정리하고 내 계정에도 들어가서 예전에 쓴 것들을 보고 좀 많이 놀랐다.다이어리에든 게시판에든, 중요하건 중요하지 않건 뭔가를 쓰지 않은 주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요즘 잘 하지 않는 것들 중에 글쓰기가 있었다.글은 쓰면 늘고 안쓰면 녹이 슨다.자동차처럼 매일매일 굴려줘야 써놔도 봄바람 스치듯이 기분 좋게 잘 읽어진다. 내가 요즘 써 놓은 것들을 읽다보면 중언부언 하거나 너무 갑자기 꺾어 버려서 나조차도 왜 이렇게 썼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기름 좀 쳐야지. 요즘 속으로 매일매일 생각만 하고 있었던 건데, 그러다 보니 11월 한달이 다 갔다.담배 끊고 술 끊.. 더보기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술은 안 마시고 있습니다. 벌써 11월 반이 넘었는데, 잘 살고 있는 건지는 정말 잘 모르겠지만 술은 안마시고 있다. 며칠 전에는 지민이한테 대판 한소리를 들었는데, 요즘 내가 너무 출근을 늦게 하고 퍼포먼스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사실 그게 내가 술을 끊기로 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는데, 나는 술을 한번 마시면 취하지도 않고 새벽 서너시 까지는 기본으로 달리는 편이라 아침이 늘 불안정 했다. 우울을 앓았을 때는 그냥 별게 없이 아침에 눈을 뜨고도 이불 바깥으로 나가는게 싫었다. 두려웠다고 하는 게 너무 쪼다 같아서 싫었다고 썼다. 밖에 나가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가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녀석이 있었으니까? 그게 요즘 또 왔다.술을 안마시니까 이제는 밤에 잠이 안오고 눈이 말똥말똥, 가는 시간이 아까워 영화라도 보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