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23 ​ 어제 빌라더바, 휘황, 차우기, 박모과 (동갑내기) 2:45am 요즘 이렇게 셋이 만나는 일이 잦은데 셋 다 먹는게 업이다 보니 화제는 자연스레 음식으로 향한다. • 박: 황이가 나 방콕 살때 진짜 많이 놀러 왔었거든, 우리 둘 다 먹는게 잘 맞으니까 하루 종일 먹으러 다니고. 그런데 그때는 내가 식당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둘이는 먹는 얘기 정말 많이 했어. 내가 황이한테 이런 질문 한 적이 있어. 황이 방콕에서 처음 봤을 땐데. '일본의 맛은 뭐야?' 진짜 뜬금 없잖아. 그런데 황이가 미리 준비해 둔 것 처럼 대번에 '간장 맛? 쇼유의 맛?' 그러는 거야. 난 그게 머리 깊이 박혀서 아직도 일식 먹을 때마다 생각나. 차: 정확하네. 자, 그러면 물어보자. 넌 한식집 하잖아. 한국의 맛은 뭐.. 더보기
2010년 1월 1일, 바가토 제대 후 태국에 정착해 처음 맞는 연말, 군대 가기 전에 쌓아둔 로열 오키드 플러스 마일리지로 갈 수 있는 곳을 보니까 인도와 네팔이 있었다. 제대 후 첫 새해를 에베레스트 처럼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것 보다 초월적으로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배경으로 맞으면 그 이후의 내 삶에 광명이 깃들 것 같았다. 인도에 딱히 환상이 없었고, 동행한 옹이 인도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후기를 많이 접한 터라 우리는 인도 2주, 네팔 3주 한달짜리 신년 여행을 계획했다. 도착은 뭄바이. 지금은 어마어마한 신공항이 완성되어 환상 국가에 어울리는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그때 우리 비행기 양쪽으로 들어온 공항 주변은 '올 것이 오고 있구나.'할 정도로 어마무지한 난장판 슬럼 그 자체였다. 태국인 승무원들은 '공항을 나서.. 더보기
​ ​워낙 길에서 배운 영어라 어떤 단어/표현을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웠는지 가물가물 한 것들이 많지만 이 단어 하나 만큼은 출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쿨! cool!] -1995년 여름 네덜란드 플레보랜드 세계 잼버리에서, 유타 보이 *새뮤얼 이븐슨에게서 잼버리는 전세계에서 모인 2만여 스카우트 애들이 11일 동안 거대한 캠핑장에서 한데 어우러져 캠핑을 하며 축소된 지구를 경험해 보는 스카우트의 올림픽 같은 행사인데, 그해에는 마침 지구상에서 가장 선진화된 합리성을 사회에 구축한 고등문명 국가인 네덜란드가 주최국이라 캠핑장에는 담배부터 메리제인까지 '안되는 게 어딨어?'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열네살까지 살아보니 도저히 여기는 답답해서 안되겠다, 고등학교는 프랑스로 가야겠다.'던 나에게는 그냥 그.. 더보기
Sound of Airport ​​​​​​​​​​​​​​​​​​​​​​​​​​​​​​​​​​​​​​​​​​​​​​​​​​​​​​​​​​​​​​​​​​​​​​​​​​​​​​​​​​​​​​​​​​​​​​​​​​​​​​​​​​​​​​​​​​​​​​​​​​ 친구의 친구가 본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스크랩 해두었던 것들을 정리하다가 '모과'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내가 맞는지 확인 하려고 메세지를 보내왔다. 2001년에 매거진에 1년 동안 연재했던 연재를 맺는 글이었다. 그해 1년 동안 나는 EOS5 한대와 PD100A, 파워북 타이테니윰을 짊어지고 SEL을 떠나 BKK(Don Muang) USM HKG LHR CDG AMS MXP IBZ를 거쳐 ICN에 돌아왔다. 배로 갔던 이비자에서는 순전히 공항을 보러 먼 길을 걷기도 했다. 나는 매달 저 .. 더보기
연결고리 2 1화의 이스라엘-레바논 전쟁터에 갔던 날은 2006년 8월 5일. 그날 바뀐 내 병역관이 2007년 3월 11일 새벽 두시경 론돈 브릭스톤에서 급진적인 결정으로 폭발했다. '놀라운 일의 연속이다. 주말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우리 디제이 스펜 형님과 함께 하려고 유나와 브릭스톤의 플랜비에 갔었다. 조규성씨는 아침형 인간이 되시더니 피곤해서 나가기 힘드시단다. 거기서 누나와 윌을 만났다. 딥하우스의 온천에 몸을 담궈보는게 정말 얼마만인지, 기쁨과 환희의 순간이 매초 계속 됐다. 나는 아버지께서 만드신 모든 것과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디제이 스펜은 오늘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최악의 컨디션으로 데크에 올랐다. 나는 크라우드를 이리저리 헤집고 한들음에 데크에 올라가 스펜을 불렀다. '스펜!' 그리고 .. 더보기
연결고리 교토에 가던 날 아침 비행기에서는 애초에 잠이나 잘 작정을 했다. 그래도 몇 번 안타본 대한항공은 영화 셀렉션을 어떻게 해놨나 궁금해서 유별나게 촌발 날리는 인터페이스를 따라 가다가 발견한게 . 틀어놓고 보다가 자야지 했는데 시작 하자마자 이거 심상치 않은 영화라는 것을 깨달았다.자다깨다 보고 들은 영화는 내가 꾼 꿈, 먹구름 위 창밖 풍경과 뒤죽박죽되어 대체 그 뜻이 뭔지를 알 수 없는 꿈과 같이 여운이 진하게 남았다. 교토는 기대를 다 채우고도 남았을 만큼 좋았다.내가 여기서 언젠가 살았었나 할 정도로 마음이 편했고 잠이 잘 왔다.그런데 희한하게 거기서도 비행기에서 잠깐 본 그 영화가 자꾸 생각났다.서울에 돌아와서도 그 영화가 그립더라. 자꾸 엇갈리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나니 더 좋았다.내가 로.. 더보기
i miss Roma I miss Roma. 로마가 그립다. 초8월 16시경 안젤로 성 맞은편의 햇살 무거운 철문 뒤 그늘 건너 중정과 그 언저리에 스며있는 미스테리. 우연같은 운명, 이만큼의 굉장한 영화가 만든 구역, 그 이전의 그만큼의 영화가 버티고 있는 구역. 아란치아 프라골라 뻬스까 예쁘고 새카만 시끄러운 라가찌. 경우에 맞지 않는 과도한 치장, 그 치장에 걸맞지 않은 경박스런 시칠리안 디스코. 여기서 시저는 어떻게 살았을까 저 옥상 위에서 엠마뉴엘라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뚜또 베네 큰소리는 쳐도 몸은 철문 뒤로 숨기는 게 편해 자연스러워 로마니 그립다 I miss Roma 더보기
빠르크 [3] [버퍼링]빠르크는 2012년 10월부터 본격적인 개업 준비와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해 안에 문을 여는 것이 목표였다가 2013년 1월을 맞았고, 1월 초에 더는 밀리면 안되겠다는 불안감에 티저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식당을 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함으로써 우리가 일하는 데 책임감을 더하고, 그만큼 일하는 속도도 높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현수막은 거의 두달이 넘도록 걸려 있었습니다. 일을 꾸준히 했는데도 한가지를 해 놓으면 그 단계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으니까요. 인테리어 세부사항에 대한 우리의 결정도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바닥에 관해서만도 세번의 변경, 두번의 큰 공사가 있었습니다. 그릇이며 집기들을 고르는 일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장에 나와있는 물건들을 아무리 보고.. 더보기
빠르크 [2] [첫미팅]지민이가 엄청난 모험이 될수도 있는 제 제안을 시원스레 받아들여 오케이 했으니까 저도 큰 액션을 취해야 했습니다. 저는 떠돌던 생활을 다 접고 서울에 돌아 오기로 합니다. '어떻게 하면 캘리포니아에 가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낼 수 있을까?'만 생각하던 저도 제 모든 몽상을 일단 접기로 한거죠. 외국 생활이 길어 질수록 저는 제가 스무살 때 백남준 선생님에 대해 디깅하다 스스로 찾은 답에 깊이 몰두하게 됐습니다. 일단 남한을 떠났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야 뭐든 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나도 그땐 이미 4년에 가깝게 서울을 떠나 있었으니까 떠난 채로 뭐든 되겠다는 다짐도 했었습니다. 89% 자유분방하게 살았어도 깊은데 각인된 '출세해서 엄마 호강시켜 줘야지.' 조선 장남 클리셰를 떨쳐 버리.. 더보기
빠르크 [1] [지난 날]2007년이 되자마자 저는 잘 다니던 M2에 6주간 휴가를 내고 뉴욝과 론돈으로 3/3주 여행을 떠났습니다. 저는 당시에 군대에 가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었으므로, 이 여행을 마치고 둘 중에 더 마음에 드는 도시에 정착 하겠다 마음을 먹은 것이죠. 여행은 어마어마 했습니다. 전혀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고 떠난 여행인데도 초단위로 놀라운 일들이 저를 덮쳐 줬습니다. 마치 그 두 도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정신 못차릴 정도로 솔깃한 카드들을 제 앞에 툭툭 던졌습니다. 제가 20대 내내 존경하고 동경해 마지 않았던 도시 론돈에서는 론돈 씬의 한복판에 있는 친구를 알게 되어 그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 저를 소개할 기회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시에 스스로 느낄 수 있을만큼 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