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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술 끊습니다. 저 당분간 술 끊습니다. 도와주세요.술 권하지 말아주세요.아시죠? 저는 '한잔만'이 안되는거. 지난 한달 반 내내 약속이 없는 날이 없었고 술을 안마신 날은 하루쯤 되려나? '갈 데 까지 가보자.' 하는 게 있었고, '그냥 다 상관 없고 뭐든 다 먹을래.' 했던 것 같다. 전후 사정 설명 하자니 또 아빠 얘기가 붙는데, 뭐 그게 그렇다. 아빠 쓰러지고 초반에 병원 간병인용 미니 침상에서 자는데, 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일단 너무 작아서 누우면 발목 부터가 저 앞으로 튀어 나가고, 그래서 허리가 아팠다. 또 아빠가 옆에서 계속 앓는 소리를 내니까 안그래도 가끔 불면을 겪는 나로서는 도저히 맨정신에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매일 밤 마셨다 매일 밤. 완전히 골아 떨어질 만큼. 아빠가 깨어있는 동안에.. 더보기
아빠 잘 가! 환자들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거다. 병원에서 오늘 당장 돌아가실 것 같다 호들갑 떨어서 가족들 다 불러 모아놓고 인사 하고 나면 환자가 다시 멀쩡해져서 한고비 넘기는 거. 우리 아빠도 7월에 한번 많이 안좋아져서 형제들 다 부르고, 장례식장 알아보라고 해서 그것도 알아보고, 수의도 사놓고 준비를 했었다. 그랬더니 아빠가 기력을 찾아서 8월 한달을 잘 넘겼다.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병원에서 곧 돌아가실 것 처럼 하도 그러길래 재양이랑 중용이랑 병원에 갔는데, 깡마른 데다 폐렴이 심해져 산소 호흡기를 차고 숨을 가쁘게 몰아 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아빠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닦아주고 아빠 귀에다 대고 얘기 해줬다. ‘아빠, 고생 많이 했어요. 이제 그만 가셔도 돼요.’ 재양이는 날.. 더보기
아빠에게 아빠, 아빠가 이 편지를 읽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빠. 사흘동안 고민고민 하다가 편지를 써. 아까 내가 '아빠 얼마동안 누워 있었던 것 같아?' 했더니 아빠가 손가락 다섯개를 쫙 펴서 '5일' 했는데, 아냐 사실은 1년이 됐어. 아빠가 병원에서 무서워 하던 기사 실장 아저씨 있잖아? 그분이 한 6개월 일 쉬다가 오랜만에 병원에 나왔더라고. 아빠한테 거칠게 대해서 나도 첫인상이 별로였어. 그런데 그 아저씨가 오늘 날더러 아빠 너무 야위웠다고 안타까워 하더라. 그 얘기 들으니까 나 너무너무 억울했어. 아빠가 아무리 의지가 없어도 내가 어떻게든 아빠 일으켜 세우겠다고, 나는 절대 아빠처럼 포기 안하겠다고 아빠한테 큰소리 쳤었던 내가 부끄러웠어. 오늘은 간호사 쌤이 아빠 위급해지면 실행할 응급조치들.. 더보기
박씨간병기[1] 2016년, 사연 없는 사람이 없었다. 엄마는 죽어도 가기 싫다고 했고, 재양이는 마감이 늦게 끝나서 다음에 먹겠다고 했다.아빠는 이날 일기에 '별 따로 쓸 말이 없다.'고 썼다. 다른 것도 좀 갖다 먹지 아빠는 엘에이 갈비만 여러번 먹었다.아빠의 칠순 저녁 '3년은 버텨봐.' 처음 사업 시작할 때 사업 선배들이 제일 많이 해준 얘기다.빠르크 초반에는 결기가 대단했다.성공시켜 집안을 일으키리, 그 생각 뿐이었다. 2015년에 조건 없는 투자를 받기로 했을 땐, 매일 아침에 이시장 저시장 봉다리 봉다리 들고 뛰어 다니면서 땀 흘렸던 게 드디어 결실을 맺는구나 모든게 다 된 것 처럼 기뻤다. 그런데 그 일정이 무기한 연기 되면서그쪽 일에 올 인 하고 있던 나랑 지민이는 공중에 붕 뜬다는 게 어떤 건지 경험했.. 더보기
박씨 간병기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런다.내가 구구절절한 사연들 얼마나 싫어하는데. 7월 4일쉬는 월요일.생전 안하던 짓을 했다.동네에서 술 마시기로 한 것. 자정 넘어 강남 신세계 파티에 가있던 철화도 합류해서 이런 조합이 나왔다.사케에 이어 맥주를 아주아주 많이 마셨다.비는 7월초답기도 한 것 같고 이거 서울에 이런 비가 괜찮은 건가 한거 싶기도 하게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아빠는 우리한테 자기가 지금 어디서 사는 지도 안알려주고 있잖아.아빠 갑자기 쓰러지면 그게 바로 고독사야.'2월 아빠 칠순에 아빠랑 단둘이 저녁을 먹고난 다음부터 내내 혼자 사는 아빠가 마음에 걸렸던 내가 재양이에게 고통분담 차원에서 부담스럽게 이야기 했다. 어쩌라고? 7월 5일전화기가 울려댔다.술 마시고 들어와서 뻗었는데 용케 그 소리.. 더보기
플래쉬백프라이데이 그제까지 겨울이더니 어제는 봄이 와서 밤이 되자 봄비까지 내렸다.비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루 안에 일어났던 긴박하고 복잡다단했던, 이 방 밖의 사람은 그 누구도 몰랐으면 하는 일들을 정리하다가 그대로 엎어져 깊이 잠이 들었다. 요즘 내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깨는데, 정신이 바로 일하면 생산성 측면에서 이 도시 챔피언 수준으로 삥! 켜지지만, 대개 그럴리는 없고 다시 돌아 눕는다. "30분 더 자도 돼, 괜찮아, 요즘 많이 일 하잖아." 이렇게 달래주는 세상에서 가장 너그러운 사람이 속삭이고. 그런데 오늘은 닫힌 방인데 짠바람이 불어와 하반신엔 이불을 덮은채로 윗몸을 일으켰다. 문이 열렸고 눈알이 깨져서 슬러시가 될만큼 짜릿한 광선이 나를 휘감았다.이불을 훌훌 털고 침대를 박차 나갔다. 아-키가 3미터가.. 더보기
여민이형 여민이형 잘 갔어? 거긴 좀 어때? 따뜻해? 재밌어? 모든게 더 나아? 걱정이 없어졌냐? 형 덕에 나 오늘 진짜 오랜만에 홍대 갔었어. 우리 처음 만난 엔비아이엔비, 같이 놀던 명월관 마트마타, 엠아이 그 동네 보니까 형이랑 나 추억 별 게 없다고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형이 캐나다 살다가 온지 얼마 안됐을 때 어느 겨울날,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는데 여럿이 모여서 밤새 놀고 홍대입구 역 버커킹에 모여서 아직 날도 안밝았는데 아침 세트 먹으면서 낄낄 대던 날이 생각났어. 그날은 무슨 필을 받았는지 형네 친척네로 우르르 몰려 갔다가 연희동 화교 중국집에 또 우르르 몰려 가서 이것저것 시켜먹고 그랬었다. 분명히 내가 살던 도시였는데 그날은 되게 여행 하는 것 같았어. '너랑 있으면 뭔가 막 재밌는 일이 생.. 더보기
댄스 플로어를 믿는다. 예전에 인간들은 자신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면 악기를 연주하며 춤을 추었다. 숨이 할딱거려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도 공동체의 에너지에 몸을 내맡긴채 추고, 또 추었다. 몇날 밤을 춤추고 나면 비로소 공동의 희열을 경험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또 다른 레이어를 접하게 되고 그만큼 성숙한 정신세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인간들이 도시를 만들고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공동체의 춤판은 대부분 사라지고 종교는 점잔을 빼고 있다. 특히 단순히 살아남는 역사에 매몰된 우리 사회는 그 틈바구니에서 춤판을 잃어버린 것은 물론 춤을 추는 행위 자체를 경박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 것은 무언가를 진실로 절실히 원하는 .. 더보기
을 봤다. -빠르크 관련 인터뷰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머니께서 참 자랑스러워하시겠어요?"다. 아닌데. 엄마는 내가 4년제 대학 사회학부에 갔다가 휴학하고 놀다가 예술학교 사진과에 다시 들어갔을 때 정말 기뻐했었다. VJ를 할때도 '그만 좀 놀아라.' 했지만 내가 내 작업으로 인정받고 외국에도 가고 그러니까 좋아했었다.주변에 자랑하는 것도 몇번 봤다. -영국의 건축가인 '쏘피 힉스' 씨가 지난 5월 부터 '아크네' 매장 건축 건으로 서울에 오가시면서 빠르크에 네번 오셨다. 그는 낯선 도시에서 허기지고 호기심 많은 여행자로서 내가 했던 그대로, 빠르크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했던 그대로 빠르크를 즐겼다. 혼자서도 오고, 동료와도 오고, 서울을 떠나기 바로 전날 저녁에는 두 딸과 함께 오셨다. 오실.. 더보기
UMF포터로빈슨서울올림픽주경기장마이클잭슨센터드 지지난주에 UMF 다녀온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금요일에 '포터 로빈슨' 라이브를 본 것은 올해의 잘한 일. 최근에 '안주나 비츠' 새앨범을 사서 듣게 됐는데, 오랜만에 '안주나 레코즈' 특유의 선명하고 말초적인 유포릭 사운드를 들으니까 일단 귀가 즐거웠고, 최근 내 생활의 리듬과 싱크가 맞으면서 동기부여 효과까지 생겼다. '어보브 & 비욘드'의 비비씨 라디오 원 를 처음 들었던 2005년 여름 그 때부터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몸 안 쪽에서 에너지를 끌어내야 할 때면 어김없이 찾아 듣던 그 사운드들과 내 몸의 싱크체계가 지금까지 잘 살아있었던 것이다. 내친김에 안주나 레코즈 계열에서 요즘 새롭게 등장한 친구들을 검색하다가 (요즘 트위터로 열폭중인) '맷 조'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됐고, 자연스레 포터 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