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술은 안 마시고 있습니다. 벌써 11월 반이 넘었는데, 잘 살고 있는 건지는 정말 잘 모르겠지만 술은 안마시고 있다. 며칠 전에는 지민이한테 대판 한소리를 들었는데, 요즘 내가 너무 출근을 늦게 하고 퍼포먼스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사실 그게 내가 술을 끊기로 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는데, 나는 술을 한번 마시면 취하지도 않고 새벽 서너시 까지는 기본으로 달리는 편이라 아침이 늘 불안정 했다. 우울을 앓았을 때는 그냥 별게 없이 아침에 눈을 뜨고도 이불 바깥으로 나가는게 싫었다. 두려웠다고 하는 게 너무 쪼다 같아서 싫었다고 썼다. 밖에 나가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가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녀석이 있었으니까? 그게 요즘 또 왔다.술을 안마시니까 이제는 밤에 잠이 안오고 눈이 말똥말똥, 가는 시간이 아까워 영화라도 보고 .. 더보기 당분간 술 끊습니다. 저 당분간 술 끊습니다. 도와주세요.술 권하지 말아주세요.아시죠? 저는 '한잔만'이 안되는거. 지난 한달 반 내내 약속이 없는 날이 없었고 술을 안마신 날은 하루쯤 되려나? '갈 데 까지 가보자.' 하는 게 있었고, '그냥 다 상관 없고 뭐든 다 먹을래.' 했던 것 같다. 전후 사정 설명 하자니 또 아빠 얘기가 붙는데, 뭐 그게 그렇다. 아빠 쓰러지고 초반에 병원 간병인용 미니 침상에서 자는데, 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일단 너무 작아서 누우면 발목 부터가 저 앞으로 튀어 나가고, 그래서 허리가 아팠다. 또 아빠가 옆에서 계속 앓는 소리를 내니까 안그래도 가끔 불면을 겪는 나로서는 도저히 맨정신에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매일 밤 마셨다 매일 밤. 완전히 골아 떨어질 만큼. 아빠가 깨어있는 동안에.. 더보기 아빠 잘 가! 환자들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거다. 병원에서 오늘 당장 돌아가실 것 같다 호들갑 떨어서 가족들 다 불러 모아놓고 인사 하고 나면 환자가 다시 멀쩡해져서 한고비 넘기는 거. 우리 아빠도 7월에 한번 많이 안좋아져서 형제들 다 부르고, 장례식장 알아보라고 해서 그것도 알아보고, 수의도 사놓고 준비를 했었다. 그랬더니 아빠가 기력을 찾아서 8월 한달을 잘 넘겼다.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병원에서 곧 돌아가실 것 처럼 하도 그러길래 재양이랑 중용이랑 병원에 갔는데, 깡마른 데다 폐렴이 심해져 산소 호흡기를 차고 숨을 가쁘게 몰아 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아빠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닦아주고 아빠 귀에다 대고 얘기 해줬다. ‘아빠, 고생 많이 했어요. 이제 그만 가셔도 돼요.’ 재양이는 날..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