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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일, 바가토 제대 후 태국에 정착해 처음 맞는 연말, 군대 가기 전에 쌓아둔 로열 오키드 플러스 마일리지로 갈 수 있는 곳을 보니까 인도와 네팔이 있었다. 제대 후 첫 새해를 에베레스트 처럼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것 보다 초월적으로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배경으로 맞으면 그 이후의 내 삶에 광명이 깃들 것 같았다. 인도에 딱히 환상이 없었고, 동행한 옹이 인도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후기를 많이 접한 터라 우리는 인도 2주, 네팔 3주 한달짜리 신년 여행을 계획했다. 도착은 뭄바이. 지금은 어마어마한 신공항이 완성되어 환상 국가에 어울리는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그때 우리 비행기 양쪽으로 들어온 공항 주변은 '올 것이 오고 있구나.'할 정도로 어마무지한 난장판 슬럼 그 자체였다. 태국인 승무원들은 '공항을 나서.. 더보기
​ ​워낙 길에서 배운 영어라 어떤 단어/표현을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웠는지 가물가물 한 것들이 많지만 이 단어 하나 만큼은 출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쿨! cool!] -1995년 여름 네덜란드 플레보랜드 세계 잼버리에서, 유타 보이 *새뮤얼 이븐슨에게서 잼버리는 전세계에서 모인 2만여 스카우트 애들이 11일 동안 거대한 캠핑장에서 한데 어우러져 캠핑을 하며 축소된 지구를 경험해 보는 스카우트의 올림픽 같은 행사인데, 그해에는 마침 지구상에서 가장 선진화된 합리성을 사회에 구축한 고등문명 국가인 네덜란드가 주최국이라 캠핑장에는 담배부터 메리제인까지 '안되는 게 어딨어?'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열네살까지 살아보니 도저히 여기는 답답해서 안되겠다, 고등학교는 프랑스로 가야겠다.'던 나에게는 그냥 그.. 더보기
Sound of Airport ​​​​​​​​​​​​​​​​​​​​​​​​​​​​​​​​​​​​​​​​​​​​​​​​​​​​​​​​​​​​​​​​​​​​​​​​​​​​​​​​​​​​​​​​​​​​​​​​​​​​​​​​​​​​​​​​​​​​​​​​​​ 친구의 친구가 본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스크랩 해두었던 것들을 정리하다가 '모과'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내가 맞는지 확인 하려고 메세지를 보내왔다. 2001년에 매거진에 1년 동안 연재했던 연재를 맺는 글이었다. 그해 1년 동안 나는 EOS5 한대와 PD100A, 파워북 타이테니윰을 짊어지고 SEL을 떠나 BKK(Don Muang) USM HKG LHR CDG AMS MXP IBZ를 거쳐 ICN에 돌아왔다. 배로 갔던 이비자에서는 순전히 공항을 보러 먼 길을 걷기도 했다. 나는 매달 저 .. 더보기